[데스크 창] “차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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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이라는 대양(大洋)을 누비기 위해 지난 4년을 준비했다. 2018년 8월 벤투 감독을 영입해 역대 최장수 대표팀 사령탑이라는 영예를 보장해 주었다. 기자는 축구하면 차범근, 박지성 그리고 요즘 손흥민을 떠올리며 축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차범근은 1980년대 한국은 물론 세계 축구계의 레전드였다. 24세에 국가대표팀 100경기 출장기록을 세웠고 최다 득점(58골) 기록을 갖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해서는 레버쿠젠의 유럽축구연맹(UEFA)컵 최초 우승의 1등 공신이었고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골(98골)을 10년간 보유했다. 프랑크푸르트 홈경기장은 차범근 한 명을 위해 한글이 표기되는 전광판을 설치했는데 세계축구리그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박지성 선수가 활약했던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전 감독 알렉스 퍼거슨은 애버딘 감독을 맡았을 당시 “차붐(차범근의 애칭)을 막을 수 없다. 그는 해결할 수 없는 존재였다”고 한탄했다. 포르투갈의 축구스타 루이스 피구는 “차붐은 나의 축구인생에서 가장 큰 영웅”이라고 평가했다.

차범근은 스포츠맨십으로도 존경을 받았다. 분데스리가 135경기 중 퇴장은 없었고 경고도 단 1차례만 받았다. 반면 차범근은 상대팀의 거친 반칙으로 선수생명을 위협받을 정도의 부상을 입기도 했다. 1980~1981시즌 프랑크푸르트 선수로 뛸 당시 레버쿠젠의 수비수 겔스토프가 등 뒤에서 고의성 짙은 육탄 공격을 해 척추에 금이 갔다. 흥분한 프랑크푸르트 팬들이 레버쿠젠까지 찾아가서 겔스토프에게 살해위협을 가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구단은 고소를 위해 차범근의 동의를 구했다. 그러나 차범근은 고소를 취하했고 감동한 시민들이 보낸 꽃이 병실에 산더미처럼 쌓였다. 차범근은 겸손한 크리스천이다. 인터뷰나 축구해설을 할 때 화려한 과거이야기를 두 문장 이상 말하는 일이 없다. 독일의 축구영웅 프란츠 베켄바워가 아들의 스코틀랜드 리그 활동을 위해 추천서를 부탁한 친구가 차범근이라는 얘기는 은퇴이후 세계 축구계에서 차지하는 차범근의 비중을 보여준다.

이번 카타르 축구대표팀은 1차전에서 패스 드리블로 공점유율을 높이며 황인범, 나성호가 상대 압박을 뚫어 이재성 우르과이 핵 발베르데를 묶고 수비수 김문환은 공격침투 차단에 앞장섰고 짧지만 강렬했던 이강인의 투입은 벤투 감독의 용인술이 대단했음을 보여주며 16강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이는 1980년대 걸출한 차범근 같은 선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차범근은 고향인 경기 화성시가 서부로 일부 구간을 ‘차범근로’로 명명하는 것을 끝내 고사했다. 지난 9월 FIFA월드컵 트로피투어에 참석한 차범근은 한국 축구사에서 손흥민, 박지성, 차범근 중 누가 최고냐는 질문에 “내가 손흥민과 비교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영광이다”라고 답했다. 비난을 넘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도 한사코 국민과 당을 대표하겠다는 일부 정치인들에게서는 발견하기 힘든 덕목들이다. 차범근 부부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타르월드컵 축제가 이 땅에서도 끝까지 함성으로 울려 퍼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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