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고아들의 벗, 사랑과 청빈의 성직자 황광은  목사 (23)  평화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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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육원의 교육부장 ①

한국보육원 교육부장 일밖에 몰라

어린이의 낙원 만들리라 다짐

‘소년시’ 만들어 자치 생활토록 해

음악, 문학, 웅변… 못하는 것 없어

한국보육원 교육부장으로서의 황광은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우선 이상적인 소년시를 만들어 그야말로 어린이의 낙원을 만들리라 다짐했다. 그때 그의 마음속에 떠오른 것은 미국의 ‘소년의 거리’요, 그 지도자인 페르거넌 신부의 모습이었다.

 ‘손댈 수조차 없는 난폭한 소년들을 모아 사랑의 거리를 건설한 페르거넌 신부, 나 역시 이 일을 위해 내 젊음을 불살라 보리라.’

젊은 황광은은 이렇게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뒷날 소년시장으로 당선된 김창운(金昌雲) 어린이는 그 무렵에 자기의 신상을 다음과 같이 적어 놓고 있는데, 이 짧은 글귀에서 우리는 그 당시의 한국보육원 사정을 단편적으로나마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지난 번 편지는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답서가 너무 늦어서 미안합니다.

나는 어려서 양친을 잃었습니다. 그런고로 부모가 매우 보고 싶습니다. 저는 여러 해 동안 평양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피란 때 한국보육원에 와서 767명의 동무들과 같이 삽니다. 나는 섬 가운데서 고독한 생활을 합니다. 그러나 유엔군은 전쟁 중에도 우리 한국의 고아를 동정하시고 도와주시니 나는 희망 가운데서 대단히 재미있는 생활을 합니다. 고아가 된 나는 불행한 중에도 희망있는 보육원에 있는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우리 보육원 속에는 아동시가 있고, 지난 1951년 5월 5일에 아동시장으로 당선되어 재미있게 운영해 갑니다. 그리고 소년단 네 대와 소녀단 두 대와 유년단 한 대가 있습니다.

앞으로 아동시에서 일어나는 재미나는 일을 편지로 많이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런 나는 이 편지 보내면서 답이 있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아동시 건설에 대한 메모

한국보육원 교육부장이 된 황광은은 자나깨나 일, 일, 일밖에 몰랐다. 그리고 일을 하기 전에 섬세한 계획이 뒤따랐다. 반 편성을 하나 하는데도 그저 1반, 2반 식이 아니었다. 남학생들에게는 종달새반, 비둘기반, 다람쥐반 하는 식으로 동물 이름을 붙였고, 여학생들에게는 꽃 이름을 따서 민들레반, 장미반, 백합반 하는 식으로 붙였다.

우선 이 한국보육원을 소년시로 만들어, 소년소녀들이 자치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를 시도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 그리고 PMC(평화를 만드는 클럽)를 조직했다.

PMC는 좀 큰 학생들을 주요 멤버로 해서 조직된 모임인데, 그들과 함께 밤이면 종종 한라산이 마주 보이는 뒷동산에 나가 별을 바라보며 기도회를 가졌다. 기도회가 끝난 뒤 그들과 대화를 나누었고, 때에 따라서는 그들과 한데 어울려 하모니카 합주를 하기도 했다. 그 무렵에 거기 살았던 원생들은 지금도 고요한 밤 공기를 타고 흘러가던 그 멋진 하모니카 소리를 잊지 못한다.

그 무렵에 황광은은 여기저기 종이 쪽지에다 소년시 건설에 대한 메모를 적어 놓고 있었다. 그 글들이 어떤 통일성에 의해 적어진 것들이 아니요, 그야말로 메모 형식이기에 좀 산만할지는 모르나, 그것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 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보육원 아동시-어린이 낙원>

어린이 사무소 : 매일 시작하기 전 각 가정에 돈을 분배함.

어린이 군사령부 : 군사 훈련을 하며 경찰 놀음을 하고, 잘못한 아이를 체포함.

어린이 학교 : 두 시간째부터 공부를 시작하여 “아야어여”를 배움.

어린이 은행 : 저금을 해 주며, 은행권을 나누어 줌.

어린이 상점 : 물건을 팔며 원가로 삼.

어린이 농장 : 여러 곳에서 물건을 모아서 상점에 팜.

어린이 공장 : 물건을 만듬.

어린이 우편국 : 우편을 취급함.

어린이 병원 : 병을 고쳐 줌.

어린이 정거장 : 차표를 팔고 기차놀이를 함.

<성공의 길>

① 자기의 목적을 향해 곁눈 팔지말고 돌진하라.

② 가까운 길을 찾아서 편히 가지 말고 어디까지나 바른 길을 가라.

③ 곤란은 하나님이 주시는 시련으로 알고 닥치면 닥칠수록 용진하라.

④ 자기의 실력과 노력만을 의지하고 나아가다 쓰러지지 말라.

⑤ 강건한 신체가 최후의 승리인 것을 명심하여 항상 신체의 단련을 게을리 말라.

⑥ 천재란 없는 것이다. 노력만이 천재를 낳는 것이다.

⑦ 어떠한 적은 일일지라도 자기의 전력을 다해 하라.

⑧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일, 어려운 일은 자진해서 맡으라.

⑨ 항상 자기의 일에 대한 연구와 인간으로서의 수양을 게을리하지 말라.

⑩ 한 계단을 올라섰을 때는 더 한층 분투하라. 그때에 조금이라도 마음을 늦추면 안 된다.

‘인간 마술사’

“우리는 황광은 형님을 그때 ‘인간 마술사’란 별명으로 불렀습니다. 음악이건 문학이건 웅변이건 그는 못하는 것이 없었으니까요.”

한국보육원 아동시 시민 출신으로서 지금까지 YMCA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김용호 씨의 말이다.

아동시에는 어린이 신문기자도 있었고, 시인 그룹도 있었으며, 아동 극단까지 있었다고 한다.

김희보 목사

  ‘人間 황광은’ 저자

 전 장신대 학장

 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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