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인터뷰]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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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의사결정 돕기 위한 가치중립 팩트탱크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통계 객관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로 목회를 지원하다

2022년을 마무리하며 우리나라 유일의 기독교 관련 조사통계 전문기관인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대표(희성교회 안수집사․사진)를 만났다. 지 대표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 후 30여 년을 조사통계 분야에서 일했다. 특히 정치조사 전문가로 1992년 제14대 대선 당시 한국갤럽에서 근무하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선거 결과를 오차 범위 내에서 예측해 언론에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1998년 ‘한국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칭 한미준)’에서 전국 단위의 광범위한 ‘한국인의 종교실태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일을 지 대표는 지금까지 25년간 추적해서 조사해 오고 있다. 2016년 기독교 조사 전문기관인 ㈜지앤컴리서치를 세워 본격적으로 기독교 조사 시장에 뛰어들었고, 2019년에는 비영리기관 목회데이터연구소를 설립해 매주 목회와 일반사회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교회가 사회와 풍요롭게 소통하고 보다 견고하고 온전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사실’에 입각한 자료를 제공하는 ‘정치중립/가치중립의 공정한 팩트탱크(Fact Tank)’다. 코로나19라는 터널을 지나오면서 ㈜지앤컴리서치와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 교인들의 예배 실태 및 의식조사를 본 교단과 협력해 수차례 진행하고 발표해 왔다.
지용근 대표가 목회데이터연구소를 설립한 것은 목사인 대학 친구의 제안으로부터 비롯됐다. “모임에서 목사 친구 하나가 제게 말하길, ‘너는 조사통계 전문가인데다 기독교인이니 목회에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잘 알지 않느냐, 목사들이 필요로 하는 통계 자료를 모아 정기적으로 제공해달라’는 제안을 했어요. 이 일을 잊고 있다가 한국기독교언론포럼 이사회에서 얘기했더니 당시 이사장이신 김지철 목사님과 이사 몇 분이 좋은 아이디어라며 준비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일간지에 게재된 통계 기사 일주일치 중에 목회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추려서 보고서를 만들어 보여드렸더니 모두 좋다고 하세요. 이사 중 한 분께서 이런 자료가 큰 교회뿐 아니라 작은 교회에 더 필요하다고 해 누구나 제공받을 수 있는 비영리기관으로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시작된 겁니다.”
매주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만들어 제공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용근 대표는 콘텐츠 만드는 것은 자신 있었다. 2019년 1월부터 5개월 동안 언론에 발표되지도, 보도자료에도 없는 통계자료들을 혼자 찾고 스터디하는 과정에서 지 대표의 눈에는 목회에 필요한 자료들이 보였다. 잘 추출해서 제공하면 목회에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것 같았다. 그렇게 2019년 6월, 1호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12월 27일 기준 173호까지 목회에 도움이 되는 기독교 통계와 일반 사회 통계를 실은 주간리포트(넘버즈)를 발표했고, 현재 1만6천여 명이 이를 구독하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설립 계기로 중요한 또 한 가지가 있다. 교회 안에 난무하는 가짜뉴스들 때문이었다. 아무 근거 없이 퍼져가는 가짜뉴스들은 위기에 빠진 한국교회를 더 어렵게 했다. 정확한 통계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사실 자료(Factual Data)를 교회에 제공해야 할 사명이 지 대표에게 있었다.

한국CBMC 활동, ‘한국교회 트렌드 2023’ 발간

2004년 글로벌리서치를 창업하면서 한국CBMC 활동을 시작한 지용근 대표는 미국CBMC의 독특한 프로그램인 비즈니스포럼을 한국에 가져와 지금까지 CBMC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6-7명의 회원들이 한 달에 한 번 모여 서로의 사업과 신앙생활을 나누면서 그룹 코칭하는 프로그램인데 그날의 호스트는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의 재무제표까지 회원들에게 다 공개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다. 진실한 용기는 그만큼의 은혜로 이어졌다.
교회는 중학교 3학년 때 친구의 전도로 나가기 시작했고 대학 시절 선교단체를 통해 성령의 역사를 체험했다. 어려서부터 숫자를 좋아했고 지금까지 숫자만 보면서 살아왔다. 지 대표는 통계자료를 골똘히 보다 보면 어느새 숫자가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고 했다. ‘소그룹’이 코로나19를 지나온 한국교회가 일어서는 데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숫자를 보면서 떠올랐다.
지난 9월 발간돼 출간 즉시 화제를 모은 ‘한국교회 트렌드2023’(규장)은 지용근 대표가 오랫동안 구상했던 아이템이었다. 희망친구 기아대책(회장 유원식)에서 책 콘텐츠 제작에 드는 전체 비용을 협력했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3’은 한국교회의 현재를 읽고 내일에 대비하고자 하는 많은 목회자들의 관심과 욕구를 충족시키며 2만 권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 대표는 이 책에서 ‘플로팅 크리스천(Floating Christian)’,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 ‘하이브리드 처치(Hybrid Church)’, ‘몰라큘 라이프(Molecule Life)’,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MZ세대’, ‘올라인(All-Line) 교육’, ‘퍼블릭 처치(Public Church)’, ‘격차교회(Polarization of Church) 서바이벌 목회(Survival Ministry)’, ‘기후 교회(Climate Church Chruch)’ 등 2023년 한국교회 트렌드 키워드 10가지를 저자 8명의 글들을 모아 발표했다. 그동안 실시한 통계조사 결과를 분석해 뽑은 키워드들이다. ‘한국교회 트렌드’는 앞으로 매년 발간할 계획이다.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봅니다. 전 세계적으로 종교가 부흥하는 시대도 아니고 교회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지만 진실된 크리스천들은 몸부림치고 있고 기독교 가치를 표방하는 소수 교회는 살아남을 거라고 봐요. 전체적으로는 다운되고 있지만 알곡과 쭉정이가 가려지게 되는 거지요. 지금의 한국교회를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제 생각에는 ‘각자도생’입니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가져야 할 하나의 전략을 말씀드리자면 교회가 집중하는 한 가지를 잡으면 돼요. 예를 들어 우리 교회는 ‘소그룹’에 집중한다, 우리 교회는 ‘노인목회’에 집중한다, 우리 교회는 ‘다음 세대’에 집중한다, 중소형 교회의 경우 그런 식으로 특정 사역 하나의 전략에 집중하면 살아남을 수 있어요.”
더불어 지 대표는 한국교회의 미래는 장로들에게 달려있다고 본다. 교회를 개척해 성장을 이끈 1세대, 2세대 목사들은 대부분 은퇴해 교회를 떠난 상태이지만 장로들은 은퇴했어도 여전히 교회에 남아 있다. 이들의 생각과 방향이 결국 교회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그만큼 장로들을 향한 시대적 요청과 사명이 어느 때보다 큰 시점이다.

최종목표는 ‘퓨리서치 코리아’ 설립

지용근 대표는 목회데이터연구소 설립을 알리는 기자회견 때 자신의 꿈이 ‘퓨리서치 코리아’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퓨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는 미국의 대표적인 비영리 조사 통계기관으로, 퓨(Pew)는 교회 예배당에서 회중이 앉는 장의자를 뜻한다.
“목회데이터연구소를 시작할 때부터 저는 제 꿈을 말했어요. 처음부터 그 꿈을 갖고 시작한 일이에요.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징검다리이지 제 최종목표는 아니에요. 저는 한국의 퓨리서치를 만들고 싶어요. 미국의 한 크리스천 석유 재벌이 임종을 앞두고 자신의 유산을 미국과 전 세계의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써달라는 유언을 남겼어요. 그리고 퓨리서치 센터가 만들어졌어요. 미국 대학 논문들은 퓨리서치에서 발표하는 통계자료를 가장 많이 인용하죠.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관이 됐어요. 한국갤럽에서 매주 정치지표 조사결과가 나오는데 이 결과가 한국사회를 끌고 갑니다. 우리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조사결과가 보여주고 그 결과에 따라 정치적인 의사결정이 바뀌는 거죠. 숫자가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거예요. 저는 퓨리서치 코리아를 만들어 우리 사회와 한국 정치를 기독교적 관점으로 보고 싶어요.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설문을 만들고 데이터를 도출하고 싶어요. 정치든, 문화든, 사회든 기독교적 관점으로 보고 싶은 거예요. 기독교적 관점에서 도출된 그런 결과를 발표할 수 있다면 한국 사회가 좀 더 건강하고 깨끗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교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국민들은 항상, 교회 안에서 싸우는 것은 그만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 달라고 말한다. 교회에 대한 신뢰도와 호감도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성장세는 둔화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세상은 교회를 향한 기대와 물음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용근 대표는 그런 세상을 향해 기독교적 비전을 제시하고 싶다. 교회 이름이나 성경 구절을 겉으로 내세우지는 않지만 진실된 성경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사회와 세상의 물음에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그의 꿈은 한국 사회를 넘어 아시아, 세계까지 뻗어있다. 그의 대에 이루지 못한다면 유언으로라도 그 뜻을 남기고 싶다는 지용근 대표의 간절한 소망이다.
/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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