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니아] 막벨라굴의 디아코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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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목회하는 곳 옆에 영화관이 있습니다. 이 영화관은 교회 광고판을 사용하고 있어서 고마운 마음에 영화관 VIP티켓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이 티켓은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었습니다. 물론 교직원들과 함께 한번 사용하고 그 이후에는 써보진 않았습니다. 집 주변 목욕탕에 갔는데 사장님이 10% 저렴하게 돈을 받는 것입니다. 왜 싸게 받습니까? 여쭈니 “목사님이시잖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목욕탕은 목사님만 10% 깎아준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특권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저는 그것을 기쁘게 받았습니다. 설교시간에 특권의식을 버리자고 말은 하지만 이미 특권 의식에 많이 길들여 있는 저를 보게 됩니다. 특권의식은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합니다. 자신은 편리할 수 있지만 다른 이에게는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특권 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비난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들 가운데서도 그 특권 의식을 갖고자 애쓰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자신에게 오는 특권 의식을 버린 사람도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127세에 세상을 떠난 아내 사라의 매장지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에 들어와 62년을 살았지만, 땅을 소유할 수 없는 ‘나그네’요 ‘우거하는 자’였기 때문에 한 치의 땅도 소유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매장지를 구입할 기회가 왔습니다. 고대 사회에는 큰 자산이 되는 매장지를 소유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고대사회 복지 중에는 매장지를 구입해 주는 사업도 있었습니다. 매장지가 하나 없는 아브라함을 위해 가나안 헷 족속의 사람들이 그들의 묘실을 내주겠다고 합니다. “내주여 그리 마시고 내말을 들으소서 내가 그 밭을 당신에게 드리고 그 속의 굴도 내가 당신에게 드리되 내가 내 동족 앞에서 당신에게 드리오니 당신의 죽은 자를 장사하소서”(창 23:11) 값없이 소유지를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그것을 거절하고 그 땅의 값을 정확히 주고 구입합니다. 성경에서는 그것을 ‘준가’(창 23:9)라고 했는데, 히브리어로는 ‘케세프 말레’, 곧 파는 자가 부르는 ‘가득 찬 값’을 의미합니다. 아브라함이 지불한 은 400세겔은 상당히 큰 액수였습니다. 아브라함은 얼마든지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값을 계산해 지불합니다. 아브라함의 모습에서 디아코니아를 실천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것은 특권의식을 내려놓은 모습입니다. 존경받는 위치에 있다 해 무작정 호의로 받는 것을 즐겨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주장하지 않고 겸손함으로 가득 채워진 아브라함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필자에게나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모습입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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