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의 종소리] 생명의 소리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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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 늦은 나이로 군에 입대한 아들 면회를 다녀왔다. 비교적 후방 부대임을 감안하더라도 곳곳에서 들려야 할 젊은 군인들의 소리들이 거의 없이 조용했다. 아들은 자신이 그 중대에 몇 개월만에 온 신참병이라고 했다. 면회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아들을 위해 기도를 해줄 때 아들은 ‘신병 좀 오게 해달라고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한민국 저출산의 위기가 학교만이 아니라 군부대에까지 피부로 느끼게 되는 상황이다. 대도시까지도 신입생이 전혀 없는 학교들이 나타나고 있고, 2023년에는 전국적으로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는 147개교에 달한다. 소아과 병원이 부족하고 소아과 의사 지망생들이 거의 없어지는 상황이다. 신생아의 울음소리는 한 가정의 기쁨의 소리이자, 한 나라의 소망의 소리이다. 생명의 소리를 듣기 어려워진 나라의 미래는 절망이다. 저출산으로 무너진 국가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역사의 법칙이다. 국가의 정책으로는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해진 대한민국 저출산의 위기는 국가 공무원 조직에서 제시하는 정책에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경제문제보다 비교할 수 없이 더 중요한 문제로 여겨야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최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일어난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상황은 전세계인의 마음을 애태우고 있다. 수많은 생명들의 희생 앞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인간들이 쌓아 올린 거대한 탑들이 탐욕에 눈이 어두워 생명을 지키는 데 무관심한 선택들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고 있다. 지난 2월 12일 경향신문의 기사에는 튀르키예 남부 안타키아의 한 건물 폐허에서 구조활동중인 한국 해외긴급구조대원들의 활동이 실렸다. 취재 기자는 포크레인과 드릴, 망치 등으로 인한 굉음과 소음들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가끔씩 고요한 멈춤의 시간들이 찾아온다는 것에 주목했다. 지진 피해현장에서 생존자를 확인하는 마지막 순간들이다. 생존자가 낼 지 모르는 ‘희미한’ 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소음을 멈추고 침묵과 고요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도와 달라고 외칠 힘도 사라져버린 피해자들은 숨소리마저 연약할 것이기에 작은 숨소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생명이 들려주는 소리가 마지막 희망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이 엄청난 대 재난으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명해졌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생명이고, 우리가 진정 귀 기울이며 기다려야 할 소리는 생명의 소리이다. 이 재난을 통해 생명을 지키는 안전을 뒷전으로 여기는 일이 죄임을 깨닫고 각성해야 한다. 모태에 있는 태아의 생명을 죽이는 죄를 양심의 가책없이 수없이 범해 왔음을 회개해야 한다. 초음파에서 확성기로 듣게 되면 쿵쾅거리며 뛰는 태아의 심장 뛰는 소리가 얼마나 소중한 생명의 소리라는 것을 절감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망자나 지진 재난으로 인한 사망자들보다도 비교할 수 없는 생명이 낙태로 죽어가고 있음을 회개해야 한다. 지진 재난 현장에서 한 생명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며 생명을 구하듯이 생명의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예수님께서 말세의 징조로 전쟁과 기근과 지진이라고 말씀하셨음(마 24:7-8)을 기억하고 영원한 생명을 전하는 일에 더욱 힘써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이 말세에도 생명의 소리를 기다리는 이들을 통해서 구원의 일을 계속 행하실 것이다. 

이재훈 목사

<온누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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