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고아들의 벗, 사랑과 청빈의 성직자 황광은  목사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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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 2> 

프랜시스와 클라라를 꿈꾸며

클라라 나보다 강하고 사려 깊은 것 알아

여기 사는 동안 소금의 역할 잊지 않아야

우리 사이 어떤 시험 끊으려 해도 안돼

감옥에 갇혀 있어도 사랑할 수 있다면

클라라! 내 하고 싶은 말 많아요. 그러나 장소도 시간도 제한되어 있고, 클라라에게도 내게도 괴롭히는 거리낌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을지 몰라요. 그러나 내게 클라라를 믿는 마음이 변치 않는 한 어떤 사탄의 간계가 있다 해도 빠지지는 않을 거고, 클라라도 역시 자포자기하는 일은 없을 줄 알아요.

말하자면 프랜시스를 위하여, 이렇게 프랜시스의 일 때문에, 이렇게 하겠다고 해서 내게서의 사랑의 한 가닥도 거둔다면 그것은 내 클라라가 아니야.

미움을 받아도 부끄러워도 두 사람이 아니고 두 이상이 아니고 난 단지 하나의 열과 하나의 감격인 것을 느껴요. 이 순간적인 감격이 불과 같이 일어나서 불타 없어지면, 한 개의 무덤이 생긴다는 것이 나의 욕망이고 클라라의 기원이고 예수님의 칭찬일 거예요.

클라라는 나보다 더 강하고 또 사려 깊이 생각해서 일하는 것은 알고 있어요. 도리어 내가 가다가는 쓰러지려고 하고 괴로워하고 또 넘어지려고 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에 날 붙들어 준다고 했지요.

어머니는 내가 아무리 잘못해도 다 덮어 주고 또 내가 끼치는 괴로움을 즐거이 받아 줬어요.

난 몇 번이나 맹세해서 클라라를 괴롭히지 않으려는 것을 말했어요. 또 그렇게 되어야 내 마음이 편안할 거예요.

그러나 내 하는 꼴이 늘 이렇게 무모하고 또 분별없고 또 무질서해서 클라라의 괴로움이 많을 것 같아요. 앞으로 이런 어린 애기를 계속해서 사랑해 주겠는지.

여기서 사는 날 동안은 될수록 이 단체의 빛이 되도록 협력하는 태도로 나아갈 것이고 단지 소금의 역할을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범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려라 했는데, 클라라가 보내는 격려와 충고를 나는 명심하고 끄떡없이 내 중심을 잡고 나아갈 거예요.

클라라, 몸 조심하고 처음 태도를 잃지 말아요.

첫 인상 : 조용하고 사려 깊고, 그러고도 활발할 때는 활발한 성격, 내게 대답할 때도 첫 마디에 하지 않고 꼭 고개로써 대답했어요.

이런 편지를 쓰고 앉았으니까 사람들이 왜 그렇게(종이가 닳아 15자 가량 없어졌음-엮은이) 나도 할께요. 프랜시스-

무와 약혼 피로연

별이 총총했던 그 어느 날 밤, 우리는 아이들이 잠자는 소리를 들으며 몰래몰래 빠져 나왔다. 그는 나를 장형들이 사는 ‘농림부’ 움막집에 데리고 갔다. 어두컴컴한 그 방에 있던 ‘장형’ 총각들은 우리를 반기면서도 의아해했다.

그는 늘 하던 것처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한두 마디씩 이야기를 건네고 같이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끝마친 후 그들이 가져온 무를 깎아 먹으면서, 처음 어색했던 분위기를 다 잊고 이야기를 같이 나누었다. 그 방을 나올 때 그는 나에게 “오늘 저녁의 무 파티를 우리들의 약혼 파티라고 해 둡시다”했다. 나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으며 행복의 절정을 느끼는 기분이었다.

그 얼마 뒤 그는 내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써보냈다.

클라라에게. 

어제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사랑의 맛이 이렇게 쓰고 정의 길이 이렇게 괴롭다면은 뉘라서 이 길에 이 맛을 보리오. 가고 싶은 길 가지 못하고, 보고 싶은 사람 보지 못하는 이 괴로움은 어째서 나만이 받아야 하는 것입니까? 그러나 만나고 보고 또 가까운 것만이 사랑은 아닐진대, 내 지금 괴로운 경험을 쾌락으로도 바꾸고 있나이다.

원장님은 당신과 내 사이를 끊을 수 있는 자리인 줄 알고 쉽게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사이는 어떤 시험이 끊으려고 해도 안 될거요. 또 그럴수록 강해지는 것만 같아요.

페스탈로치의 안나, 루터의 부인, 모두 일터에서 만나 서로 사랑했거늘 무엇이 두려우리오. 낙심은 금물이외다. 사랑이 유죄라면 믿음도 죄이리니 끝까지 사랑 못함을 도리어 모두 비웃을 것입니다.

만일 이것이 단지 육체적인 그리고 인간적인, 향락적인 사랑이었다면, 나는 그대에게 무엇을 요구했을지 모르고 그대도 내게 요구하는 점이 달랐을 겁니다. 클라라가 못 된다고요? 프랜시스가 아니라고요? 인간의 친구 클라라와 인간을 사랑하는 프랜시스이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고 그 사랑을 나누어줄 수 있어요.

나는 사랑하고 결혼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은 나와의 생활에서 행여나 내 아내가 고생할 것을 생각해서 그랬던 거예요. 그러나 동에서 서쪽에 떨어져 있어도, 감옥에 갇혀 있어도 사랑할 수 있다면 괴로움 아닐 것이니 늘 불행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영원이란 말을 할 수만 있다면 좀더 길게 그대와 더불어 싫증나지 않는 이야기로 아니 무언으로 마주보고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나의 사랑의 표현입니다.

내가 쉬이 잊어버릴 것 같아서 염려세요? 일을 위해 엉켰으니 일과 함께 끊임이 없어야지요. 나도 그대가 변할까 보아서 좀 걱정도 하지요. 그러나 일을 하고 있는 그대의 앞에서 내가 샘을 낼 수가 있나요.

삼동 형제(농림부 아이들)들이 빌어준 복, 그것은 우리의 엥게지멘트입니다. 차라리 깨끗한 숫마음들 앞에 우리의 마음은 위로받은 것이며 약속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정의 창문 앞에 와 섰다가 그대로 돌아서서 가는 내 심경을 살펴서라도 내 뜻을 받아줘요.

행여 이런 일(사회사업)이 싫어지지는 말아야 하겠어요. 물론 언제까지나 이렇게 지내자는 건 아닙니다.

내가 이따금 하는 말이나 설교 같은 거 좀 적어둘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난 5분 전에 생각해서 해버리면 근거가 없기에-. 그렇지만 일부러 할 건 없구.

밤에는 영어와 교육학에 대한 것을 연구합시다.

난 밤 10시부터 12시까지 영어와 사회사업에 관한 연구를 할게요.

김희보 목사

· ‘人間 황광은’ 저자

· 전 장신대 학장

· 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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