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1994-1999년에 대기근이 있었다. 소위 ‘고난의 행군’이라 불렸던 이 기근 때에 어림잡아 약 200만 명 이상이 아사(餓死)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일 이들의 비참한 상황이 방송을 통해 보도되었다. 방송 중에서 아직도 잊혀지 않는 가슴 아픈 장면이 있다.
북한 강변에 한 젊은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었다. 아이는 계속 배가 고파 우는 것 같았다. 젖을 물려 보지만 젖이 나오지 않는지 아이는 다시 심하게 울어 댔다. 아이를 껴안고 어떻게든 달래 보려던 엄마가 갑자기 아이를 옆에 내려놓고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배를 채우기 위해 풀을 먹었는데 아마도 그것이 독초인 것 같다고 해설자가 설명을 했다. 잠시 뒤 엄마는 아기 곁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이 장면을 본 뒤로 며칠 동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저들을 도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고난의 행군 이후 생명을 걸고 탈북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북한 주민들이 많았다. 그래서 집회차 한국에 나갈 때면 북한 주민들을 돌보는 교회나 단체를 찾아다녔다. 소정의 후원금을 전달하고, 특별히 청년들은 뉴질랜드에 있는 우리 학교로 데려와 영어 연수와 신앙 훈련을 시켰다. 그러던 중 탈북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좋은 학교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남산 자락에 있는 ‘여명’이란 학교이다. 100명 남짓한 학생들이 신앙 안에서 정규 교육을 받고 대학을 가는 곳이다. 모든 교직원들이 신앙 안에서 사랑으로 학생들을 잘 돌보고 있었다. 그때부터 이곳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한국을 방문할 때면 반드시 찾아가서 말씀을 전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출장 뷔페를 준비해 배불리 먹게 했다. 또 전교생에게 후원금을 전달했다. 그 후로 우수 장학금과 고아를 위한 생활 지원금을 매달 30여 명에게 지급하고 있다. 매년 초가 되면 대학을 간 아이들이 감사의 편지를 가득 보내오고 있다.
지난번 방문했을 때에 한 학생의 간증을 들었다. 그는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고 했다.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데, 그달 집세를 낼 수 없어 깊은 절망 속에서 처음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했다고 했다.
“만약 하나님이 살아 계시면 이번 달 집세를 해결해 주세요. 그러면 제가 하나님을 믿겠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날 내가 학교에서 나누어 준 후원금을 받아 집세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일 이후로 하나님을 믿기로 했다고 간증을 했다. 참으로 감동적인 고백이었다.
요즘 부모 밑에서 살아가는 남한 청년들도 살아가기가 어려운 현실인데 고아로 이곳에 온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하면 늘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지난번부터 한국을 가면 여명을 졸업하고 대학을 다니는 아이들을 만나 고깃집에서 배불리 먹이고 후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리고 이 땅에서 그들을 지켜 주실 분은 하나님 한분밖에 없음을 마음속 깊이 심어 주고 있다.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