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갈보리 언덕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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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익히 잘 아는 ‘이솝(Aesop)’ 우화(寓話)이지요. 양을 치던 소년은 혼자서 양을 돌보다가 무료(無聊)한 나머지 장난삼아 ‘심심풀이’로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늑대요, 늑대!”라고 소리를 지르니, 근처에서 일하던 어른들이 깜짝 놀라 소년에게로 달려왔으나 늑대는 보이지 않고 ‘양치기 소년’이 혼자서 웃고 있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흘러가자 그 소년은 다시 심심해서 장난삼아 또 거짓말을 해 보았습니다. “늑대요, 늑대!” 이 소리를 들은 이웃어른들은 ‘설마 이번에도 거짓말이랴’싶어 위험에 처한 ‘양치기 소년’을 구하기 위해 달려갔을 때, 역시 늑대는 없었고 ‘양치기 소년’이 여전히 혼자서 싱글거리고 있었습니다. 이웃어른들은 소년의 장난 끼 섞인 거짓말에 몹시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습니다. 소스라쳐 놀란 소년은 목소리를 높여 “늑대요, 늑대!”하고 젖 먹던 힘을 다하여 소리를 질렀으나 두 번씩이나 속은 어른들은 역시 거짓말로 여기고 아무도 그 소년의 애타는 절규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소년과 양이 집에 돌아올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자 가족과 이웃어른들이 소년이 양 치던 곳에 가 보았으나 그곳에는 ‘양치기 소년’도 ‘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수도 없이 많이 들어서 특별한 느낌이나 감동이 없을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 속에는 ‘소름끼치는 교훈’이 들어 있음을 우리가 알아야 합니다. 그 ‘소름끼치는 교훈’이란 “거짓을 말하는 사람에 대한 가장 잔인한 형벌은 그가 참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데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유명한 명언은 유대인들의 지혜가 담긴 책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진실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는 이미 인간으로서 존재가치를 상실한 것이나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다른 잘못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거짓된 양심은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말일 것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허탄하고 거짓되어도 ‘진실’이라는 ‘절대적인 가치’를 우리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진실이 행복의 근원임을 확신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합니다. 사람이 젊은 시절에 확립하여야 할 가장 소중한 인격의 덕목은 ‘진실’이요, ‘정직’이라 하겠습니다. 

인도의 국부(國父) ‘마하트마 간디’옹은 “정직이 최상의 정책(Honesty is the best policy)”이라는 서양의 격언 자체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정직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심성(心性)인데 아니 그렇다면 이 세상에 정직하지 못한 정책도 있단 말이냐?”라고 역정을 냈다고 하니 정직을 일상의 기본적인 생활자체로 믿고 살았던 그분 앞에서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됩니다. 그는 이어서 “내가 만일 한 번 거짓을 말해서 인도의 독립이 온다 해도 나는 거짓을 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답니다. 그의 평생소원이 인도의 독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짓을 매개(媒介)로 해서는 인도의 독립도 추구하지 않겠다는 그의 신념을 토로한 표현일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영국의 마이어(F.B. Meyer, 1847~1929) 목사님의 명언이 떠오릅니다. 한 번은 그가 미국에서 여러 날 부흥집회를 인도하였는데 매일 새벽, 낮 그리고 밤 등 하루에 세 번에 걸쳐서 집회를 했습니다. 집회를 주관했던 목사님이 마이어 목사님에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목사님은 어떻게 매 집회 때마다 그렇게 은혜가 넘치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습니까? 그 비결이 무엇입니까?”하는 질문에 대하여 마이어 목사님은 “I think of Calvary every twenty minutes.(나는 매 20분마다 갈보리 언덕을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갈보리 언덕이 어디입니까? 그곳은 골고다 언덕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골고다 언덕은 어디입니까? 예수께서 우리를 위해 피를 흘리신 곳이 아닌가요? 우리가 아무리 진실하고 정직하게 살겠다고 결심을 해도 육신이 약해서 자칫 허사가 되기 쉽습니다. 신앙인들은 마이어 목사님처럼 ‘매 20분’은 아니더라도 ‘하루에 한 번씩’은 갈보리 언덕을 생각하는 습관과 훈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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