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긴과 보아스] 어머니의 마음

Google+ LinkedIn Katalk +

5월은 일 년 열두 달 가운데서도 유난히 귀한 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우리가 바쁜 삶의 과정에서 잊고 지냈을 수도 있는 ‘가정’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되새기며 서로에게 따뜻한 마음을 갖도록 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겐 이 5월이 마치 기독교 정신에 따라 특별하게 계획된 것과도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왜냐하면 남편과 아내 간의 관계, 그리고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신약성경 에베소서 5장과 6장의 가르침이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오래전부터 교회는 어린이 주일과 어버이 주일을 정하여 지키며 가정에 관한 관심을 새롭게 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이 되면 누구나 어버이에 관한 기억을 떠올리며 여러 생각에 잠기곤 할 것이다. 필자 역시, 아름다운 신앙의 본을 보이고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에 관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필자의 모친께서 70세 중반이던 어느 날이었다. 육종암이 장기에까지 침투하여 서울 아산 병원에서 9시간이 훨씬 넘는 대수술을 받았는데, 그때 소장을 비롯한 여러 장기에 손을 대는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런 수술이 있었던 후 약 2년이 지난 때였을 것으로 기억된다. 어머니는 “성경을 필사하여 자녀들에게 전하고 싶다”라는 말씀을 하시며, 필사할 노트를 사 오라고 얼마의 돈을 내주셨다. 필사 노트를 전해 받은 후 어머니는 매우 기쁜 표정을 보이시며 그날부터 성경을 쓰기 시작하여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무려 다섯 번이나 필사하여 당신의 5남매 자녀들에게 각각 한 권씩 남겨 주셨다. 한 권을 필사하는데 약 2년, 합쳐서 10년에 걸쳐 5권을 필사하여 전해 주신 것이다.

이 일은 참으로 놀랍고 믿기지 않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28세의 젊은 나이에 어떤 일로 인해 오른쪽 눈을 잃고, 왼쪽 눈 하나로 평생을 사셨기 때문이다. 한눈을 사용하여 생활해야 하셨기에 일상생활을 하시는 데도 불편한 점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고, 그것도 나이 들어 시력이 저하되고 눈에 나타난 여러 현상이 겹쳤을 것인데, 그런 노령에 한 눈으로 그 귀한 일을 이루셨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주일이면 어머니는 한 주간 필사하면서 당신이 가장 은혜를 받았다고 생각되는 구절의 말씀을 작은 종이에 적어와서 “이 목사! 이 주간에 내가 은혜받은 말씀이야.” 하시며 제 손에 그 종이를 쥐여주시곤 하셨다. 돌이켜보니 어머니가 그렇게 하신 것은 아마도 아들도 읽고 은혜받기를 바라셨을 것이고, 아들이 읽고 난 후에 피드백 같은 뭔가를 말해주리라는 기대도 하셨을 것인데, 주일이라 여러 일로 바빠서 다음에 읽어보려고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지만 읽지 못하고 챙기지 못한 때가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자녀들에게 신앙의 유산을 잘 물려주고픈 이런 마음은 비단 필자 어머니만의 마음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모든 어버이가 가진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제 이 마음은 오늘 우리의 것이 되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5월 어버이 주일을 맞아 어버이의 은혜를 생각하고 우리 또한 신앙의 좋은 본을 보이는 어버이가 되도록 깊이 숙고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홍술 목사

<총회 규칙부장, 평화로운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