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성령강림절과 연등(燃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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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봄은 부활절과 성령강림절이라는 두 개의 큰 축제가 있다. 그리고 이 두 축제 중 하나는 불교의 석가탄신일과 겹치게 되어 있다. 올해는 성령강림절이 불교의 명절과 하루 차이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기독교의 성령강림절에도 교회 밖으로 한 발짝만 나서면 불교의 명절 분위기인 연등을 볼 수 있다. 불교는 매년 석탄일을 앞두고 한국의 봄을 온통 불교의 계절로 만들려는 야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불교국가가 아닌데 사찰 밖으로 온통 연등을 걸어놓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는가? 더구나 매년 석탄일 행사가 끝난 후에도 거의 한달 정도는 연등이 거리마다 그대로 걸려있으나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이다. 만약 기독교가 부활절에 거리거리마다 불 켜진 십자가를 걸어 놓는다면 이 사회의 반응은 어떠할까?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매년 석탄일 불교의 봉축법요식을 1시간 동안이나 경쟁적으로 생방송을 해오고 있다. 불교방송이라면 모를까, 공영방송이 이래도 되나? 두 개의 방송이 동시에 한 종교 행사를 이렇게 방영함은 분명 전파 낭비요, 종교 편향이다. 이들은 불교가 대한민국의 중심거리의 교통까지도 통제시키면서 행사를 강행하는 것에 대하여 한 마디의 비판도 하지 않는다. 

한국에는 불교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어떤 TV나 방송이 기독교나 천주교의 성탄일 예배를 생방송 해준 적이 있나? 그건 고사하고 100년에 한 번 있었던 2007년의 ‘백주년 대부흥운동’을 생방송 해주었는가? 몇 년 전 광복절에 기독교가 연합으로 수십만의 인파가 모여 나라를 위한 기도회를 했지만, 어느 매스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보도조차 하지 않은 언론이 대부분이었다. 

불교의 석탄일과는 대조적으로 성령강림절은 매스컴의 관심 밖의 일이 되었고 교회 안에서도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명절이 되고 있다. 기독교 안에서도 성령강림절 문화가 없으니 누구를 탓하랴! 이미 문화에 있어서 기독교는 불교에 판정패를 당하고 있다. 

한 종교에 있어서 문화는 매우 중요하다. 문화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피나는 노력과 투자와 관심 속에서 형성되고 꽃피고 열매 맺는 것이다. 교회는 부활절이나 성령강림절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통하여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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