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방사능 바닷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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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방사능오염처리수 방류가 임박하자 우리나라의 반대론자들이 왜 처리된 물을 저희 국토 안에서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쓰지 않고 바다에 흘려보내는가 따지는데 그렇게 한들  그 방사능(선)이 어디로 가겠나? 논밭으로 공장으로 돌고 돌아도 결국 얼마 지나 바다로 흘러 들어올 수밖에 없다. 자연으로 생성된 방사능과 인간활동으로 만들어진 방사능은 긴 세월이 지나 스스로 힘을 잃을 때까지 지구의 땅과 바다와 하늘을 돌아다니고 있고 그 속에서 칠십억 인구가 숨쉬고 물마시고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니 CT니 MRI니 하는 장치로 방사선을 몸에 쪼이며 이런저런 병을 고치려 든다. 미국이 네바다 사막에서 첫 원자탄 실험을 하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을 투하한 후 각국이 연달아 원자탄 수소탄 공중실험을 해서 터뜨린 방사능 낙진의 양은 측정불능이다. 인류는 그런 속에 살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군국주의 침략행위 끝에 원자탄을 맞았지만 예나 이제나 지진의 공포를 지고 산다. 1929년 관동대지진에 이어 2011년 동북해안 쓰나미는 내내 지켜보고 계시는 하나님이 내리신 벌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지만 어떻든 일본사람들은 오염수 문제의 원인제공자로서 국제사회에 대하여 더 겸손해야 하고 반면에 세계인들은 일본에 대해 어느 만큼 측은지심을 발휘해도 된다. 

12미터가 넘는 쓰나미로 도쿄전력 발전소가 파괴되어 흘러나온 방사능 오염수를 그대로 방류하는 대신 거대한 탱크를 만들어 담아두기 시작한 것이 이제 수천 개에 이르렀다. 더 이상의 육상 보관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여 최대한 방사능을 걸러내고 바다에 버리고 또 새로 채우고 하는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파괴된 원자로에서 방사능은 무기한 배출될 터인데 언제까지 얼마나 더 물을 받아 둘 수 있겠나? 

방사능 오염은 인류가 전쟁을 위해서건 평화를 위해서건 원자력에 손대어 일으킨 재앙이다. 자국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좀더 값싼 에너지를 얻으려고 핵발전소를 지은 대가를 이제 인류가 공동으로 지불해야 한다. 그보다는 덜해도 무분별한 플라스틱 기기 사용의 결과로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땅과 바다에 쌓이고 이제 어류들을 통해 부서진 미세 입자들이 우리 밥상에 오르고 있다. 이 또한 인류가 공동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유엔은 IAEA 방사성폐기물에 관한 국제협약(IAEA International Convention)에 추가하여 하루빨리 방사능오염수 해양투기에 관한 국제조약을 새로 마련해서 이 문제를 당사국간의 외교분쟁의 차원에서 끌어올려 인류의 장래를 위한 공동과제로 삼고 국가간의 합리적인 의무이행을 보장하여야 한다. 무엇을 하던지 제일의 해결책은 과학에서 나와야 한다. 한국에서 왜 정부와 여당은 IAEA 보고서의 타당성을 인정하고 야당은 같은 문서를 무가치하다고 매도해야 하는지 해외 여론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21세기 인류의 최대 과제는 핵확산방지를 넘어 핵무기의 완전 폐기이고 그와 더불어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의 부산물인 핵폐기물의 완벽한 관리이다. 전자는 물론 정치 외교의 영역이지만 후자는 절대적으로 과학의 책무이다. 오늘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는 각국이 과학에 바탕한 기술노력을 가속화할 것을 다그치고 있다. 거기에는 모든 사회 주체들이 비과학적인 담론들을 거부하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안전한 미래를 보장해 주기에 나설 엄중한 의무가 달려있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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