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이슈] 한국교회 목사 열전 (3)  영계(靈溪) 길선주 목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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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기도 중 하나님 음성에 감격… 마음 문 열려

교회 첫 출석, 성령 감동된 대표기도로 놀라움 안겨

한편 김종섭이 매일 찾아와서 예수를 믿으라고 권했다. 하루는 김종섭이 ‘이 선생 전’이라는 책 한 권을 주며 읽으라고 했다. 그 책에는 아편 중독자로 방탕한 생활을 하던 어떤 중국 사람이 잘못을 뉘우치고 예수를 믿게 된 일이 쓰여 있었다. 길선주는 이 책을 읽고 예수를 믿고 착해졌다는 이야기가 신기했으나 별로 감동은 없었다. 며칠 후 김종섭이 다시 찾아와서 ‘장원양우상론(張元兩友相論)’  책을 주었다. 

그것은 기독교의 교리에 대해 주고받은 두 사람의 대화였다. 이 책을 읽고 길선주는 상당히 감동했다. 김종섭은 또 다른 책 한 권을 주었다. 그것이 ‘천로역정’이었다. 그는 뜻밖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큰 감동이 솟구쳐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는 아직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깨닫지 못했고 예수를 믿을 생각도 없었다. 하루는 밤이 깊어 새벽 한 시쯤 되었을 때 사방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구슬피 들렸다. 

그는 방바닥에 무릎을 꿇고 “상제님이시여, 저는 심한 번민에 빠져 헤어날 수 없습니다. 예수가 참으로 인류의 구세주인지 아닌지 분명히 가르쳐 주옵소서!” 기도를 마치기도 전에 하늘에서 “길선주야, 길선주야, 길선주야!”하고 세 번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너무나 놀랍고 두려워서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엎드린 채, “사랑하시는 아버지시여, 저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를 살려주옵소서!” 기도했다. 

그는 이때 마음 문이 열려 하나님을 ‘아버지’라 불렀다. 윗방에서 자던 이정식이 이 소리에 깨어 무릎 꿇고 길선주가 가르쳐 준 경의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길선주의 기도는 오래 계속됐다. 그는 무아지경에 이르러 마음에 기쁨이 용솟음치고 감사의 눈물을 샘솟듯 흘렸다. 선도의 도인이 하나님의 성도로 변화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른 것과 때를 같이하여 그리스도의 포로가 됐다. 김종섭이 찾아와 물었다. “상제님께 기도한 결과가 어떻게 됐소?” “이제부터 나는 예수를 구주로 믿기로 작정했어요.” 길선주는 그동안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종섭은 너무 기뻐서 길선주를 얼싸안고 어찌할 줄 몰랐다. 두 사람은 엎드려 감사의 기도를 했다. 그날은 마침 주일이었다. 길선주는 그 길로 김종섭을 따라 널다리골 교회에 가서 예배드렸다. 

길선주가 교회 안에 들어서자 교인들은 깜짝 놀라 일제히 시선을 그에게 돌렸다. 예배를 인도하던 김종섭이 그에게 대표기도를 청했다. 교인들은 다시금 깜짝 놀랐다. 교회에 처음 나온 사람에게 기도를 부탁했으니 말이다. 교인들은 혹시 길선주의 기도가 막히거나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몹시 불안했다. 그러나 성령에 감동된 그의 기도는 유창하고 간절하여 매우 은혜로웠다. 그는 9년 동안 선도에 열중했으니 여러 가지 신비 체험을 했고 영생의 도리를 체득하려고 무던히 노력했으나 끝내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욕구인 영생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예수가 인류의 구주인지 알게 해 달라고 매달린 끝에 ‘인격(人格) 신(神)’을 인격으로 만난 순간 그의 입술은 하나님을 ‘아버지’라 불렀고 자신을 발견했다.

이승하 목사<해방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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