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축복 받은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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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간에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 원로 장로님의 장례식이 교회장으로 엄수됐다. 50년 전에 우리 교회에서 입교를 받고 그 후에 장로로 장립되어 지난 2005년 은퇴하면서 원로장로로 추대된 분의 장례식이었다. 지금까지 원로장로로 성실하게 교회를 섬기던 그는 마지막 주일까지 교회에 출석하여 예배를 드리고, 그 후에 남선교회에서 주최하는 성경 공부에도 참석하여 공부하고 교우들과 식사하고 대화도 나눈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안녕히 가시고, 다음 주일에 다시 뵙겠습니다”라는 지극히 평범한 인사를 나누고 집에 가신 지 겨우 하루가 지난 월요일 저녁에 우리에게 부음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음을 알렸다. 아무리 흔한 말로 ‘내일을 알 수 없다’라고 하지만 정말 이렇게 황망할 수가 없었다.

조금은 내성적인 성격의 장로님은 상당히 외형적인 권사님인 부인과 꽤나 호흡이 맞는 부부로 교회에서 정평이 났고, 흔한 표현으로 조용한 잉꼬부부로 화목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으며, 슬하에 충성된 목사와 대기업의 유능한 중역인 아들과 촉망받는 교수를 딸로 두었고, 그들로 인해 5명의 귀여운 손주들을 둔 정말 다복한 가정이었다. 

그는 평소에도 조용한 성품을 유지했다. 목소리도 필요한 최소의 소리만 내었고, 그리 말이 많은 편도 아니었으며, 정말 필요한 말만 하는 성품으로, 예전에 시무장로 시절에 당회에서도 정말 필요한 의사표시만 하는 조용한 성격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의사표시는 분명해서 대립된 의견이 나올 때는 자신의 소신을 분명하게 밝히는 사람이었다. 또한 조용한 가운데 자신의 책임은 분명히 하는 편인데, 교회내에서 참석해야 하는 모든 모임에는 가능하면 빠지지 않을 뿐 아니라, 여간해서는 지각도 하지 않는 성품이었다. 항상 자신이 앉는 자리를 고집해서 언제나 같은 자리를 고수했다. 

그의 내성적인 성격 탓에 다른 교인들과의 대화에서도 주로 말하기보다는 대화를 듣는 것을 즐겨 하는 편인데, 나와 그의 옛친구들의 이야기를 할 때는 상황이 바뀌는 경험을 많이 했다. 나는 예전에 LA에 살 때에 그의 친구를 많이 알게 되었다. 따라서 때때로 그와 옛날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친구들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때에는 그가 열성적으로 이야기에 뛰어들어 함께 옛날을 회상하면서, 큰 소리로 이야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웃기도 하는 즐거운 시간을 갖곤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의 친구들이 사망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우리들의 친구 이야기는 맥락이 점점 끊어지게 되었으며, 따라서 그도 활기를 잃어간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 시무장로 때도 그의 기도는 간결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기도문이었다. 기도하고자 하는 요점만을 분명히 지적하기 때문에, 중언부언하는 경우가 없어 좋았다. 아마 이는 장로로서 참석해야 하는 모든 모임에는 반드시 참석하면서, 또한 결코 지각하지 않는 그의 분명하면서도 정확한 성품에 기인한다고 여겨진다. 

그는 3개월 전에 응급사태로 잠시 입원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아마 준비하라는 신호였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언제나 주님이 부르실 때면 주저 없이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인정으로 생각하면 슬프지 않을수 없지만, 평안한 표정에 부활의 소망을 바라보는 자녀들의 얼굴에서 믿음과 인생의 선배인 장로님의 장례식을 치르는 이 가족은 정말 축복받은 가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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