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장발장의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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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 마지막 장면을 여기 옮기는 까닭은 장발장의 유언이 부러워서입니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끝내면서 그는 사랑하는 두 남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행복한 미소를 짓습니다. (영문판에서 직접 번역했습니다.)

“이렇게 죽다니 얼마나 좋은가. 너를 사랑하고 너는 나를 사랑하지. 조금은 울어도 너무 많이 울지는 마라. 슬픔이 너무 크면 안된다. 넌 삶을 즐겨야 해, 아가야. 내가 만들어 판 벅클은 10프랑 들여서 60프랑을 받지. 좋은 장사야. 퐁메르시군(코제트의 애인 마리우스), 여기 60만 프랑을 보고 놀랄 것 없네. 이건 깨끗한 돈이야. 편한 마음으로도 부자가 될 수 있지. 이 돈을 쓰며 마차를 타고 극장에서 특석을 차지할 수 있어. 코제트야, 너는 고운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고 친구들을 저녁에 초대해야지. 벽난로 위 은촛대 두개를 남겨줄께. 은이지만 내게는 순금보다 더 귀한 것이다. 이것들을 내게 주신 분께서 지금 저위에서 내려다보시면서 기뻐하고 계실까, 난 모른다. 하지만 난 최선을 다해 살았어. 아가야, 넌 내가 가난한 사람으로 살았음을 잊지 말아라. 그러니 어디든지 땅 한조각에 나를 묻고 돌로 표시해라. 원하는 것은 그것뿐, 이름도 새기지 마라. 네가 무덤에 찾아와 주면 나는 기쁘겠지. 그리고 퐁메르시, 자네를 처음부터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으니 이제 용서해 주게. 코제트와 자네는 이제 하나야, 나한테는 말이지. 내가 사는 동안 제일 큰 기쁨은 코제트의 볼이 발갛게 달아 있는 걸 보는 거였어. 얘 얼굴이 창백해지면 난 제일 괴로웠지. 서랍에 500프랑 지폐가 하나 들어있다. 난 그걸 누구 가난한 사람에게 주기로 하고 손을 안 댔어. 코제트야, 침대위에 네 어릴 적 옷 보이지? 10년 전 입던 옷인데 생각나니? 시간이 그렇게 빠르게 흘렀구나. 그동안 우리 참 즐겁게 살았지. 그런데 이제 끝이 왔다. 우지 마라. 나는 아주 멀리 가지 않고 너희들을 볼 수 있는 데 있을거야. 밤이 오면 그냥 앞을 보아라, 내가 거기 미소 짓고 있을테니. 코제트야, 숲속에서 너는 무서워 떨고 있었고 내가 물통을 들어주었지. 네 작은 손에 닿았을 때 얼마나 차가웠던지. 두 손이 빨갛게 얼어 있었어. 이젠 처녀의 두 손이 새하얗구나… 그런게 다 옛날 얘기구나. 걸어갔던 숲길도, 우리가 숨어 있던 수도원도, 네 어린 두 눈동자, 네 깔깔대는 웃음소리, 이젠 다 그림자로구나. 난 그런 것을 내내 갖고 살 줄 알았는데 바보 같은 생각이야… 코제트야, 이제 네 엄마 이름을 알려줄 때가 됐다. 판틴이야. 잊어버리지 마라. 그 이름을 말할 때 항상 고개를 숙여라. 엄마는 너를 무지무지 사랑했고 무지하게 고생했단다. 네 엄마는 네가 지금 행복한 꼭 그만큼의 슬픔속에 살았어. 그렇게 하나님은 세상을 공평하게 마무리지어 주시는가 보다. 하나님은 저위에 반짝이는 별들 사이에서 자신이 이루시는 것들을 내려다보고 계신다. 이젠 너희들을 떠나련다. 서로 사랑해라. 세상에 사랑보다 더 중한 것은 없다. 내가 너를 더 일찍 찾아오지 않았던 게 아니야. 네가 있는 거리 끝까지 갔을 때 사람들 눈에 나는 괴상하게, 아마 미친 사람처럼 보였을지 몰라. 얘들아, 눈이 희미해지는 구나. 얘기를 더 하고 싶은데, 아니 상관없어. 때때로 내 생각을 해주겠니? 너희는 복된 젊은이들이야. 아, 불빛이 보이는 것 같다. 가까이 오너라. 난 지금 죽는 것이 행복하다. 너희들 머리를 낮춰라. 내 손을 얹게–”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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