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주님 어서 오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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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를 못 했는데 개학날이 되어 잠을 설치며 밀린 숙제를 하던 버릇은 80을 넘기고도 못 고친 모양이다. 11월이 다 갈 즈음이면 김장을 해 넣고 한시름 잊을 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초조함과 후회, 이 단골손님을 올해도 속절없이 맞이할 수밖에 없이 되었다. 어물어물 하다보니 어느새 대림절이 이번 주일부터 시작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주님이 오시기를 간절히 기다려야 하는 계절이 아니던가? 주님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 듯하니 더 억장이 무너진다. 아니, 세상이 그런 것보다 더 가슴 무거운 것은 아무것도 가르침을 실천하지 못하고 사는 나 자신의 처량한 몰골 탓이다. 

어느 소자에게 한 것이 바로 내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신 주님,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명령,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하신 부탁, 땅 끝까지 전파하라신 명령, 이루 다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권면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건만 그저 읽고 그만이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어이쿠 주님 오실 때가 됐는데 이를 어쩌나 하면서 가슴을 친다. 예전에 온 시내에 징글벨 소리가 넘쳐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휩싸여 세상이 과열되어 간다고 한숨들을 쉴 때는 그 소리에라도 정신이 났건만 요즘은 그나마 조용해져서 주님오심을 기다리는 일마저 잊혀진 일이 돼간 것 같은 세상이다. 

기독교인만이라도 제정신을 차리고 대림절을 맞이하면서, 그때부터라도 마음을 다잡고 주님 오시기를 기다리는데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 그러면 너부터 무얼 할 거냐고 가슴을 콕 찌른다. 예, 일흔 번은 못해도 단 한 번만이라도 그 밉쌍을 용서하려 애써 볼게요. 이제 노숙자가 가까이 오면 피하기보다 근심어린 표정으로 따뜻이 쳐다보기라도 할게요.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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