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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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노래 중에는 ‘사랑은 살 수 없어요’(Can’t buy me love) 라는 곡이 있다. 긴 가사를 대충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랑은 살 수 없어. 너에게 다이아몬드도 사주고 원하는 것  모두 사줄 수 있어. 그러나 사랑은 살 수 없어.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좋아. 그러나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어.” 

찰스 디킨즈의 소설 <위대한 유산>에 보면 가난한 노동자인 핍(Pip)이라는 주인공이 막대한 유산을 받아 돈으로 신사가 되기를 바라지만 돈으로는 신사가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해진 하버드대학교 교수 마이클 센델은 신작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What Money Can’t Buy)에서 모든 것을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욕망을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50만 달러만 있으면 미국으로 이민을 갈 수 있다. 그리고 6천250달러를 지불하면 인도 여성을 대리모로 하여 아이를 낳게 할 수 있다. 미국의 명문대 입학 허가도 돈으로 가능한데 허가서를 발행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만이 비밀을 알 수 있다. 미국 내 어떤 감옥은 돈만 내면 수용시설을 편한 곳으로 옮길 수 있다. 돈만 주면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도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시장경제(market economy)에서 시장사회(market society)로 변화되는 과정과 결과를 비판하고 있다. 가령 아이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서 독서를 장려하고 책을 읽을 때마다 돈을 준다면, 그 결과 성적은 올라가겠지만 아이들은 독서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게 되는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은 이를 도덕적으로 타협된 일종의 뇌물이라고 비판한다. 그리고 모든 비 시장성의 영역에 속하는 것들에 돈이 개입되면 그 본래의 가치가 훼손되고 변질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런 점에서 교회가 반성할 것은 없을까? 교인들의 신앙 향상을 위해, 또는 전도나 총동원 행사를 위해 돈을 걸고 부추기는 행태는 신성한 영적 영역에 돈이 개입되고 영적 가치가 세속화되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까? 또는 연합 집회를 위해 설교자를 세우고 돈을 내게 하는 관행은 정당한 것인가?

돈으로 사랑을 살 수는 없다. 돈으로 종교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을 살 수도 없다. ‘도덕적으로 타협된 일종의 뇌물’이 신성한 교회에 발을 붙여서는 안 된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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