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신노년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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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일반적으로 노인의 빈곤과 질병은 언제나 문제시되고 있으나, 최근 사회적 활동성을 갖고 있는 건강한 노인들이 자기표현과 사회참여의 욕구를 강하게 분출하고 있다. 특히 이제 노년층으로 편입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한 약 700만 명)는 풍요의 시대를 거치면서 개성 있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사회는 이들의 욕구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근자에 노년학(gerontology)의 주요 연구 주제로서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라는 개념이 각광을 받고 있다. 신체‧정신 건강을 잘 유지하면서,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학습의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의미 있는 사회활동에 참여함으로 노년기에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 삶을 말한다. 이런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개인과 사회가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은 초고령사회에 중요한 과제이다.

성공적 노화와 관련하여 최근 우리 사회의 관심은 ‘신노년 문화’이다. 이는 노년기가 고독하고 의존적인 게 아니라 생산적이고 활기찬 모습으로 그려지는 문화이다. 어른으로서 자기신념이 있고, 어린이와 젊은이에게 삶의 지혜를 나누어줄 수 있는 자신감이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능력이 있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노인들에 의해 향유되는 문화이다. 

신노년 문화는 다양한 영역을 포함한다. 학습과 여행은 물론이고 적극적인 취미활동, 공연, 스포츠, 시민활동, 권익운동, 이웃돌봄과 나눔 등이 있다. 본인의 취향과 능력에 따라 참여하면서 자기를 계발하고 즐거움을 누릴 뿐만 아니라 공익적인 활동에도 관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노년생활을 위해서는 첫째, 평생교육이 중요하다. 인생의 후반부에 이루어지는 평생교육은 인생의 전반부에 성장과 취업을 위한 정규교육 혹은 직업교육과는 달리 제3기 인생설계를 위한 것으로서, 새로운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본질과 우주적인 깨달음을 포함한다. 

전문직에 종사하던 은퇴자에서부터 아름다운 삶의 마감을 원하는 촌로에 이르기까지 평생교육의 대상자는 다양하다. 퇴직준비에서부터 죽음준비에 이르기까지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해서 재무설계, 건강, 주거문화, 인간관계, 문화예술, 죽음과 영성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현재 복지관, 지자체, 대학, 종교기관 등에서 이루어지는 평생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5070 세대를 위한 은퇴준비교육으로 ‘50+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데 장노년 신도를 위한 평생교육으로 좋은 사례이다.  

활기찬 노년생활을 위해서는 둘째, 자원봉사활동에 참여가 필요하다. 품위있는 노년생활을 보내면서 가정과 사회에서 진정한 어르신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원봉사는 참여자에게 의사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고, 긍정적 자아상을 형성케 하며,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유지시킨다는 의미에서 활기찬 노년의 필수항목이다. 이는 노년기의 고독과 소외감을 떨쳐버리고 닫힌 삶을 열린 삶으로, 받는 삶을 주는 삶으로, 그리고 수동적인 삶을 능동적인 삶으로 변화시킨다. 

자기 연령대 혹은 젊은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아주 즐겁고 의미있는 여가활동이다. 노인자원봉사는 ‘과소 이용된 거대 자원’(huge untapped resources)이라 부른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전체 노인의 6~7%가 되는데 이를 적어도 2배 정도는 증가시킬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 교회 안팎에서 노년 신도들을 위한 자원봉사의 기회가 확대되어야 하겠다.

노년기는 생각하고 결심하기에 따라 인생의 가장 축복받는 시기이거나 혹은 가장 불행한 시기이다.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기존의 노인에 비해 대체로 더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미래지향적인 생활의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베이비붐 세대가 지닌 직업 전문성과 노하우, 그리고 삶의 지혜가 사장되어 버려지지 않도록 학습과 사회참여 기회가 확대되도록 하는 국가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 

위와 같이 긍적적이고 활기찬 삶을 누리는 노인은 생산성이 끊어진 퇴락한 늙은이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진정한 어르신 혹은 스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신노년의 출현을 위해 교회가 앞장서야 하겠다.   

김동배 장로

<새문안교회,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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