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니아] 몰렉 아닌 자녀를 섬기는 디아코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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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근동에서는 자식을 몰렉에게 희생제물로 바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황소 머리와 사람의 몸을 가진 몰렉은 놋쇠 보좌에 손을 펼친 채 앉아 청동으로 된 신상 안에 불을 지펴 달군 후 아이를 그 손 위에 놓아 태워 죽입니다. 이때 북과 징을 울려 어린 제물의 울부짖음을 삼켜 버리는 야만적인 제사 의식입니다. 암몬 자손이 섬기던 몰렉은 풍요와 다산의 대가로 갓난아이를 산 제물로 바치게 하였습니다. 성서는 몰렉 숭배를 몹시 가증한 것으로 여겨 엄중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역사에는 몰렉 제사가 등장합니다. 솔로몬은 성전 옆에 몰렉 제단을 허락하였고(왕상 11:5-7) 아하스 왕 시대에도, 므낫세 왕 시대에도 이스라엘 사람들이 몰렉 제사를 행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경고를 무시하고 가증한 일을 되풀이합니다. 예루살렘 성전에서는 하나님께 제사 드리지만, 한편으로는 몰렉 산당을 지어 아이들을 제물로 바쳤습니다.

고대로부터 신의 노여움을 피하고 풍요를 누리기 위해 인간의 생명을 제물로 삼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청전에서도 안전한 항해를 위해 물살이 거센 인당수에 처녀 심청을 제물로 바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경주에 위치한 월성 서쪽 성벽 아래에서는 1980년대부터 2021년에 이르기까지 27구의 인골이 발견되었습니다. 신라시대 성벽 축조와 관련된 의식으로 성을 쌓기 전에 땅을 다진 뒤 안전과 견고한 성의 완성을 위해 2살 전후의 유아부터 다양한 연령대의 인신제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자녀들을 몰렉에게 내어주고, 복과 안위를 얻기 위해 인신제사는 계속되어졌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불에 태우는 것은 납득이 어려운 일이지만, 재물과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부모의 눈과 귀는 가려지고 양심마저도 무뎌지게 만들었습니다.

요즘에는 어떨까요? 몰렉 제사는 없어졌지만 성공이라는 우상에게 자녀를 바치는 부모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부모의 체면을 위해 자신의 꿈과는 상관 없는 길로 내몰리는 아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부모의 욕심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고통을 견뎌가며 공부하는 자녀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부모가 세상의 풍조에 사로잡히면 자녀를 몰렉에게 빼앗기게 됩니다. 그러나 부모가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하면 하나님께서 자녀들의 삶을 인도하시고 이끌어 주십니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겨준 귀한 선물임을 깨닫고 청지기의 마음으로 사랑하며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디아코니아의 정신입니다. 번영과 재물이 아닌 하나님께 맡겨진 자녀들이 되어 하나님의 돌보심을 받고 자라가도록 부모의 역할을 잘 감당하기 바랍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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