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이야기] “소나타 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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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의 처음 삶은 참으로 초라했다. 돈 나올 곳이 전혀 없었던 유학 시절에는 단 1달러 쓰기도 두려웠다. 살림은 전부 개러지 세일(garage sale)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물건들이었다. TV 받침대는 사과 궤짝 같은 것을 주워서 사용했다. 모든 살림을 구입하는 데 200달러가 채 들지 않았다. 집은 오래된 난민촌 같은 곳이었다. 오래된 카펫에서는 곰팡이 냄새가 진동을 했다. 한국에서 부족함 없이 살다 하루아침에 거지가 된 것 같았다.

참으로 초라한 삶이었지만 그나마 내 마음에 큰 위로를 주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자가용 승용차였다. 경매에서 5년 된 일본 중고차 루이스(한국에서 포텐샤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다)를 8천 달러에 구입을 했다. 남들 눈에는 하찮게 보였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평생 타보지 못한 고급 차였다. 비록 중고차였지만 이 차를 탈 때만큼은 아주 행복했다.

주일날 현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평상시 잘 보지 않았던 교회 소식이 그날따라 눈에 확 들어왔다. 큰 글자로 급히 자동차가 필요하다고 쓰여 있었다. 내용인즉 피지에서 선교하는 선교사님 가족이 한 달간 안식차 나왔는데 급히 차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그때 우리 가족은 방학을 맞이하여 잠시 한국을 방문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당연히 차는 집에 세워둬야 했다. 그러나 나의 유일한 기쁨이고 재산목록 1호인 차를 누구에게도 빌려줄 마음이 없었다. 애써 광고를 외면하려고 했다.

예배를 마치고 집에 왔는데 계속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그 차가 네 차냐?”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인데 내 차인 양 도움을 외면하려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곧바로 교회에 전화를 해서 내 차를 빌려주겠노라고 했다.

그 당시는 지도책이 없으면 어느 곳도 찾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먼저 지도책을 사서 넣어 두고 깨끗이 세차하고 기름을 가득 채워 선교사님에게 전해 드렸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런 기대감이 있었다. 하나님께서도 분명 한국에서 내가 탈 차를 준비해 주실 거라고….

한국으로 갈 날이 다가왔다. 사실 나는 교통사고로 다리에 장애가 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더구나 한국은 겨울이라 조금의 염려가 있었다.

그 당시 한국에서 잠시 뉴질랜드를 방문했던 장로님이 한 분 계셨다. 장로님은 늘 자기 차를 자랑하곤 했다. 소나타가 처음 나온 시기인데 새 차를 구입했다고 행복해했다. 그리고 자기는 마누라보다 차를 더 아낀다고 농담을 하곤 했다. 이번 뉴질랜드 방문 때에도 교회 성도가 돈을 주겠다고 해도 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출국 하루 전날 이 장로님이 나를 찾아와서 그렇게 아끼던 소나타 키를 주었다. 자기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 두었으니 잘 사용하라고 했다. 하나님은 참으로 빈틈이 없으시다. 정확하게 나의 필요를 채워주셨다.

내 삶을 뒤돌아볼 때 하나님은 한 번도 그냥 넘어가신 적이 없다. 반드시 심은 대로 갚아 주셨다. 이렇게 신실하고 오류가 없으신 하나님을 믿고 살아감이 얼마나 큰 은혜인가!

“선지자의 이름으로 선지자를 영접하는 자는 선지자의 상을 받을 것이요 의인의 이름으로 의인을 영접하는 자는 의인의 상을 받을 것이요”(마 10:41)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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