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대통령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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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담임목사 배우자의 역할이 여러 가지 모습을 보이는데 신도들 또한 다양한 의견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작은 교회에서는 불가피하게 목사의 부인이 신도들과 긴밀하게 접촉하면서 자신의 신앙적, 인간적 자산을 다해 남편의 목회를 돕는 것이 당연시된다. 

반면에 신도가 많이 모이는 교회의 경우에는 대략 두 가지 분류가 이루어지는데 하나는 목사 사모가 나름대로 신학교육을 이수하거나 널리 목회관련 경험을 쌓아 교회 안에서 확실한 소임을 가지고 활동하는 케이스이고 다른 하나는 담임목사의 부인이 자신의 확고한 소신에 따라 교회에 얼굴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면서 오로지 가정주부 역할에만 치중하는 사례이다. 드문 예로 부인이 학교나 예술분야 등 전문직에 종사하여 교인들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수도 있다. 

부인 개개인의 성격과 행동스타일에 달려 있지만 대형교회 성도들은 대체로 사모의 적극적 참여보다는 소극적 자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무슨 여론조사에서 수치로 나온 결과를 가지고 있지는 않으나 이런 의견은 남성 성도들이나 여성들 쪽에서 한 가지로 나타나고 있음을 본다. 

교회를 떠나 국가사회에서 최고지도자 안주인의 역할은 더욱 큰 관심사가 되는데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영)부인의 존재는 역사적으로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이미지가 교차해 왔다. 근년에 들어서 이것이 다분히 안 좋은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음은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다각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유감스러운 일이다. 

선거운동 중에 국민은 후보만이 아니고 그의 부인에 대해서도 묶어서 평가하고 표를 주어 당선시켰던 터이니 웬만큼만 하면 퍼스트레이디가 국민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국민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집권 후 대통령의 아내가 오히려 정권에 부담이 된다면 이는 그 개인의 과거와 현재에 어떤 결함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결함은 실재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세력의 흠집내기 공격과 정권담당자들의 미숙한 대처로 인한 실상의 왜곡일 가능성도 있다. 

우리 사회에는 남성우위의 오랜 전통과 관습이 있어왔다. 인권평등 사상에서 여성차별을 사회 구석구석으로부터 그리고 가족관계에서 철폐하려는 법적, 제도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지도자의 배우자에게 권력에서 파생하는 과실을 나눠주는 것에 대해 사람들 사이에 상당한 경계심이 남아있다. 이런 생각이 다 사라지기까지는 사모와 영부인 장본인들이 행동에 백배의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주일 아침 목사의 부인이 단아한 차림으로 교회의 활짝 열린 문 앞에 서서 다가오는 남녀노소 교인들을 따뜻한 미소로써 맞이하는 것은 예나 이제나 아름다운 정경이다. 나라에서는 대통령 해외 출장시에 함께 전용비행기에 오르며 아래를 향해 손이나 흔드는 (영)부인 보다는 어느 구석진 골목 안에 혼자 사시는 노인을 찾아가 국고에서 나온 돈이 아니고 자신의 사비 얼마를 들여 마련한 선물을 전하고 위안의 대화를 나누는 대통령 아내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은 것이 국민들의 마음이다.

교회에서나 정권의 경우에나 안주인을 국민 또는 교인들의 시선으로부터 감추어 버리는 것은 비판의 소재 한 가지를 차단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도이겠으나, 한편으론 지도자가 국민과 교인들에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어울릴 수 있는 정서적인 채널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된다. 아까운 일이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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