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니아] 땅에 지렁이가 살아있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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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길 위에서 지렁이를 보게 되면 참 반갑습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땅 위에서 지렁이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렁이가 살고 있다는 것은 땅이 건강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지렁이는 땅을 뚫고 지나가며 흙과 영양분을 골고루 섞어주고, 공기가 잘 통할 수 있도록 숨구멍을 만들어 줍니다. 결국 건강한 땅이 되도록 부지런히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생물만 숨을 쉰다고 생각하지만 흙도 숨을 쉬고, 흙으로 만든 그릇인 옹기도 숨을 쉽니다. 숨을 쉰다는 것은 물질이 순환하고 있다는 뜻이며 흙 속에 공기가 잘 통하면서 땅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서식지가 늘어나고, 쓰레기를 분해하는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지렁이가 살 수 있게 되고 더불어 땅도 건강하게 숨을 쉬게 됩니다. 

이스라엘은 안식년마다 정기적으로 휴경해야 했습니다.(레 25:1~7) 6년 동안은 밭에 파종하며 포도원을 다스려 열매를 거두고 7년째 안식년에는 밭에 파종해서도 안 되고 포도원을 다스려서도 안 됩니다. 이것은 땅을 쉬게 하여 안식하게 해야 한다는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땅을 쉬게 하는 이유는 지력(地力)을 회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세대 간의 평등한 토지권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만약 안식년에도 휴경하지 않고 땅을 착취적으로 경작하여 지력이 고갈되면 미래 세대는 척박한 땅을 물려받을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세대 간 평등한 토지권이란 곧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평등한 토지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안식년은 땅과 모든 소유의 주인이 하나님이시고, 인간은 하나님의 것을 관리하는 청지기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안식년을 지킴으로 회복과 나눔을 실천해야 합니다. 안식년은 휴경을 통해 땅을 원 상태로 돌아가게 해 줍니다. 하나님이 자연을 섬기라고 하신 창조의 원리를 구체화 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나눔을 이룹니다. 안식년 동안 저절로 난 곡물과 열매들은 거두어 들여서는 안 됩니다. 그 땅의 주인뿐 아니라 종들과 일꾼, 이방인들과 가축들, 들짐승의 먹거리가 되어야 합니다. 즉, 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나눔을 통하여 세상을 섬기는 것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안식년은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것이 디아코니아 정신입니다. 안식년은 모든 사람이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며 하나님 형상대로 살 수 있게 하는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안식년을 지키며 산다는 것은 철저히 우리의 경제권을 하나님께서 소유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안식년의 참된 의미를 확인하여 나눔과 섬김을 통해 청지기의 삶을 살아가기 바랍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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