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정치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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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둔 요즘 신문의 정치면은 온통 여야의 정치구호와 후보들의 선거공약들로 가득하다.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총선은 후보자 개인의 자질과 공약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정권심판론과 야당 견제론이 맞서는 여야의 정치 공방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수준 이하의 인물들이 당에 대한 충성심 하나로 당선되다 보니 정치는 퇴보하고 국민의 환멸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총선도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번 출마자 중에는 유난히 횡령, 사기 등의 파렴치한 전과자들이 많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이미 실형을 선고받은 인물들이 창당한 정당이 출현하는 등 우리 정치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 정당은 당대표의 이름을 연상케 하는 당명을 노골적으로 내걸었을 뿐 아니라, 대표를 포함하여 당선권 10명 중 3명이 실형을 선고받고 최종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인물들이라고 한다. 입시부정과 직권남용과 같이 모두 공직자에게 허용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용인될 수 없는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이 어떻게 당을 조직하고 게다가 큰 인기를 얻는 일이 벌어지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 세계는 진실보다는 거짓말이 판을 치고 선동과 비방이 더 큰 역할을 하는 영역임을 우리는 다 잘 알고 있지만, 우리 정치사에서도 유래가 없는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무슨 이유일까.

입시부정은 불법일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행동임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법원의 판단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도덕적으로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오히려 자신을 도덕적 파렴치범으로 몰아간 거대한 정치적 음모의 희생자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국민 중 상당수가 이 음모론에 공감하고 지지를 표시하고 있다. 

우리 정치사에서 야당 지도자가 개인 비리를 빌미로 독재정권의 탄압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았지만, 이번 경우는 본질적으로 그 궤를 달리한다. 입시부정은 단순한 개인적인 비리가 아니라 사회정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입시부정을 저지른 당사자가 바로 사회정의의 실현을 자신의 정치적 신념으로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주장과 행동이 다른 소위 내로남불의 정치인을 우리 정치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자신도 지킬 수 없는 이념은 공허할 뿐 아니라 이미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해방 이후 70여 년의 짧은 기간에 전근대사회에서 현대사회로 발전하는 동안, 서양이 300년간 겪은 정치사를 압축적으로 겪으면서 여러 이념이 혼재되어 이념적 대혼란을 가져왔다. 특히 사회정의의 이념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정의를 독점하여 구시대의 낡은 이데올로기를 고집하는 정치집단은 더 이상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둘째, 정치가 도덕보다 우선한다는 정치 만능의 신념이 결국 전체주의로 이끌어 간다는 세계사적인 경험을 우리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제한된 정부를 기초로 자유민주주의를 확립한 사실, 그리고 사회주의 이념이 결과적으로 스탈린의 전체주의를 낳았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를 심각하게 깨달아야 한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전체주의적 선동가들에 의해 자유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다. 이 위중한 시대에 우리가 냉철한 한 표를 행사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커다란 위기에 빠질 위험에 처해 있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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