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경영] 천생연분, 평생 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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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관계는 이 세상에서 기막힌 만남이고 인연이다. 부부 사랑은 지구촌 모든 사람들과 구별해서 오직 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사랑과 관심과 배려를 베푸는 것이다.

희로애락 열차를 타고 진땅, 마른땅 같이 걸어가며 알콩달콩 정겹게 살아가는 게 부부들이다. 그런가 하면 무슨 악연으로라도 만난 것처럼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노인들이 부부동반으로 출연해서 퀴즈도 풀고 게임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한번은 여든 넘은 노부부가 출연해 낱말 맞히기 게임을 했다. 개그맨이 사회를 보고 글자판에 적힌 낱말을 보고 할아버지가 이래저래 설명을 하면 할머니가 그 낱말을 맞히는 게임이었다. 

‘천생연분’이라는 사자성어였다. 할아버지가 낱말을 보고 자신 있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했다. “우리처럼 사는 부부를 보고 뭐라고 하지?”

할머니는 선뜻 대답을 못했다. 할아버지가 답답한 듯 손짓을 하며 다시 설명했다.

“아이, 참. 우리 같은 부부를 왜, 이것이라고 하잖어.” 

할머니는 그제야 알았다는 듯 큰소리로 외쳤다. “웬쑤” 순간 방청석은 웃음바다로 변했다. 

당황한 할아버지가 진땀을 흘리며 다시 설명했다. “아니, 아니. 그거 말고 네 글자 있잖아. 네 글자로.” 할머니는 잠깐 생각하더니 자신 있다는 듯이 대답했다. “으응. 알았어. 평.생.웬.수!”

웃음바다로 뒤집어졌다. 할아버지는 천생연분이라 생각하고 살았지만 할머니 마음속에는 웬수같은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회자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동안 부부싸움을 한 번도 안 하셨나요?”

“그럼, 그럼. 우리는 천생연분이라니까. 절대로 싸움 같은 거 안했어요.”

그러자 할머니가 “말도 말아요. 그러자니 내 속은 얼마나 썩었겠수? 내 속 까맣게 썩은 건 아무도 모른다우.” 할머니의 속이 까맣게 썩어 가는 줄 모른 채 살아온 무심한 할아버지. 

까맣게 타들어간 속을 아무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하고 살아온 할머니. 그렇게 수십 년을 함께 사는 동안 할아버지는 할머니와의 관계를 천생연분으로, 할머니는 ‘평생웬수’로 여겼던 것이다. 

가볍게 웃어넘기기에는 어쩐지 가슴 한끝이 찡해지는 이야기다. 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습이 반만년 동안 살아온 오늘날 나이든 분들의 자화상은 아닐까?

남편은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데 아내는 고통 속에 빠져있는 경우를 흔히 본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말 없는 남자가 믿음직스러워 결혼했다. 그런데 살아 보니 그건 더 이상 매력이 아니다. 이건 사람하고 사는 게 아니다. 쌀자루나 돌비석을 안고 사는 것 같다. 결혼생활이 행복할 리가 없다. 

우리 옛말에 ‘된장 쉰 것은 1년 원수지만 배우자 나쁜 것은 백년 원수다’라는 말이 있다. ‘부부는 원수끼리 맺어진다’라고도 한다. 그러고 보면 예부터 부부사이를 원수지간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평생인연으로 살아온 부부들 그 누군들 웬수같이 살기 바라는 자 어디 있을까? 나이 들고 보니 아내가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식탁에서 애처롭게 아내를 물끄러미 쳐다만 봐도 가슴이 찡하고 목이 메어 오는 것은 나만일까? 노년 부부들, 천생연분인가, 백년웬수인가는 바로 배우자를 대하는 나의 마음과 태도에 달려 있다.

두상달 장로

• 국내1호 부부 강사

• 사)가정문화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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