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인간평가의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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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존 록펠러(John Rockefeller, 1839~1937)’ 회장이 경영하는 「스탠더드」정유회사에서 몇몇 임원의 잘못된 의안(議案)의 결정으로 인하여 회사는 2백만 불(한화 약 26억 원) 이상의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되었습니다. 중역들은 ‘존 록펠러’ 회장에게서 떨어질 불호령과 그에 따른 책임을 걱정하며 사태수습을 위해 온갖 궁리를 다하고 있었습니다. 

책임을 져야할 사람 중에 ‘에드워드 베드포드(Edward Bedford)’라는 임원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며 죄송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록펠러 회장과의 면담을 자청했습니다. 회장을 만나면 자신이 심한 책망을 들을 것이 분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회장에게 사과하기 위하여 그를 만나러 회장실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회장 비서실의 안내를 받아 ‘베드포드’는 회장실로 들어갔습니다. 회장은 책상에 엎드려서 무엇인가 부지런히 연필로 적고 있었습니다. ‘베드포드’는 말없이 서서 회장님이 일을 끝내기를 기다렸습니다. 몇 분 후에 ‘록펠러’가 고개를 들고는 그를 보고 말했습니다. “아, 베드포드로구먼!” 회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자네는 이번에 우리 회사가 입은 엄청난 손실에 대해서 잘 알고 있겠지?” 하고 따지듯 물었습니다. ‘베드포드’는 달리 할 말이 없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무 대답을 못한 채, 머리만 조아릴 뿐이었습니다. 

‘록펠러’ 회장이 말했습니다. “나는 그 문제를 놓고서 줄곧 생각해 보았네. 그래서 이번 문제에 책임이 있는 임원들을 만나기 전에 몇 가지 사항들을 미리 점검하며 정리하고 있었다네.” 하면서 ‘베드포드’에게 보여준 메모지에는 그 엄청난 손실에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의 이름과 그들이 회사에 이룩한 공헌들을 개인별로 적어 놓은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록펠러’ 회장이 그가 기록한 메모에서 얻은 결론은 그들이 회사에 입힌 손실보다는 그들이 회사를 위해 세운 공헌이 더욱 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록펠러’가 대기업의 회장으로서 크게 성공한 요인을 간단히 분석해서 요약하자면 그가 평소에 작성한 《인간평가의 손익계산서》가 그로 하여금 그의 부하들에게 언제나 따뜻한 시선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는 데서 찾아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베드포드’는 훗날 그가 경영하는 회사가 직원들의 잘못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그가 젊은 시절에 경험했던 ‘록펠러’ 회장을 면담했던 사건을 자주 회고하곤 하였습니다. “나는 그때의 교훈을 항상 기억하고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심한 화를 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을 때면, 나는 책상에 앉아서 그의 좋은 점들을 가능한 한 많이 찾아내어 목록으로 작성한다. 그 목록이 완성될 즈음이면 나는 그에 대해 호의적 감정을 갖게 되고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습관 덕분에 나는 일상생활에서도 사람과의 관계를 매우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아랫사람을 다루어야 하는 지도급 인사들에게 나의 경험담을 들려주곤 하였다.”

이 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은 우리가 그가 지닌 단점만을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의 시선을 돌려 그의 다른 쪽을 보려고 노력하면 바로 그 사람이 내가 찾으려하던 귀한 인물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을 평가할 때는 그의 ‘공(功)과 과(過)’의 양면을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몇몇 애국인사를 평가하면서 한두 가지 지엽적(枝葉的)인 사실만을 근거로 그를 ‘친일파(親日派)’로 또는 ‘역적(逆賊)’으로 매도하는 일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최근 우리나라 정치지도자 한 사람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저(私邸)인 이화장(梨花莊)을 방문해서 방명록에 남긴 글이 회자(膾炙)되고 있습니다. “역사는 공(功)과 과(過)가 있는데 우리는 그동안 ‘과’를 너무 크게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공’만 봐야 합니다.” 

공정하게 말해서 ‘공’만 본다는 것도 옳지 않은 말일 것이지만 그 정치지도자의 표현은 우리가 이승만 대통령의 ‘커다란 공’을 간과한 채, ‘작은 과’를 지나치게 클로즈업시켜 혹평(酷評)해온 것에 대한 자책(自責)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사람을 평가할 때, ‘공’과 ‘과’의 양면을 보는 것이 필요하되 두 가지의 평가가 팽팽하게 맞서는 경우에는 ‘록펠러 회장’의 「인간평가의 손익계산서」의 지혜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한 결정이 될 것입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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