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미학] 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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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넌 웬일이야?”

12년 만에 생각지 않던 창모의 전화를 받고 순호는 단숨에 서울에서 인천에 있는 창모의 회사로 달려왔다. 뜻밖에도 그곳에 영호가 와 있었다.

“옳지, 너도 연락을 받았었구나. 넌 창모와 단짝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이렇고 있어? 들어가서 창모를 만나지.”

“아니 그게 아니라 비서의 말이 서울의 본사에서 회장님이 급히 의논할 게 있어서 호출했다는 거야.”

“그럼 오지 말라고 했어야지!”

순호는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화로 연락을 했어야지 오지 말라고 말이야 안 그래?”

“갑작스럽게 부르니까 창모도 어쩔 수 없었겠지. 그러니까 연락도 할 수가 없었겠고. 내가 오니까 불과 10분 전에 나갔다는 거야.”

마치 자기가 창모라도 되는 것처럼 열심히 변명하는 바람에 순호도 더는 불평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말인데 무작정 몇 시간을 이러구 앉아 기다릴 수는 없는 게 아닌가.” “그럼 어떻게 해?” “너 고교 때 낚시광 아니었어? 너 낚시라면 쪽을 못쓰지 않았어?” “그랬는데.” “나도 그랬지. 지금도 낚시라면 열일을 제쳐 놓고 달려 간다구.”

순호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러니까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서 낚시하러 가자는 거야? 야! 창모가 곧 올텐데 낚시까지 할 시간이 있겠냐?”

“비서의 말이 회장님이 수원까지 사장님과 함께 다녀올 거라는 거야. 그러니까 오전 중에는 틀린 거지.”

순호는 기가 차서 입을 크게 벌렸다.

“그럼 난 돌아갈래. 너야 인천이 집이니까 상관없겠지만 난 안돼 가야겠어.” “비서의 말이 차를 내드릴 테니까 어디 구경이라도 하시고 오시라는 거야. 가시지 말고.” “그래?”

하기야 따지고 보면 창모의 말도 무리는 아니다.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가 이번에 P회사의 자회사 사장으로 부임을 했으니 우선 고교친구를 만나고 싶은 게 당연했다. 오자마자 창모는 고교 동기회원 명부를 구해 넘겨가며 닥치는 대로 불러댄 것이다.

“그렇다면야 구경보다는 낚시를 해야지 이를 말인가!”

바다는 생각밖으로 잔잔했다.

바다 낚시는 해본 적이 없어서 자신이 없다느니, 모터가 달린 배라지만 두 사람만으로 괜찮겠느냐니 하면서 말이 많던 순호가 바다에 배를 띄우자 오히려 영호에게 큰소리를 쳤다.

순호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역시 붕어 낚시와는 전연 다르고 바다로서야 잔잔한 편이겠지만 호수라면 찌를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의 물결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붕어 낚시는 기껏해야 2, 3미터 드리우면 되는데 바다에서는 10여 미터나 넘게 낚싯줄을 풀어 내려서 올렸다 내렸다 하니 잠시도 쉴 새가 없는 것이다.

“가만!”

갑작스런 묵직한 반응에 순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그래? 물었어?” “가만 가만.”

순호는 고동치는 자신의 심장소리가 들릴 만큼 흥분이 되었다.

“뭐가 물었느냐니까?” “글쎄 가만히 좀 있으라니까!”

이만 저만 큰 놈이 아니라는 생각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꼭 큰 돌에 걸린 것만 같은 느낌이었으나 천천히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바위가 아닌 게 분명했다.

원익환 장로

<남가좌교회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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