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민주주의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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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외교관 장 마리 게노(Jean-Marie Guéhenno)는 1993년 『민주주의의 종말』(The End of Democracy)을 출판하였다. 2018년에는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Steven Levitsky)와 대니얼 지블랫(Daniel Ziblatt)이 함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y Die)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전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모티브로 하여 보수적인 시각에서 민주주의 체제를 경고한 것이고, 후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진보적 시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단한 책이다. 

이런 책에 근거하여 생각한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경고음은 30년 전부터 울리기 시작하여 점점 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수 우파와 급진 좌파의 민주주의에 대한 시각이 다르지만, 지금의 민주주의는 변질되고 약화해 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는 한국에서 선거를 치르면 치를수록 더 피부에 와 닿는 생각이다. 

본래 민주주의란 주권재민(主權在民)을 근거로 한다. 선거에 의하여 국가의 주권을 가진 국민이 일할 지도자를 선출하도록 설계된 제도이다. 그리고 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지도자는 공무원의 자세로 국민 개개인의 복지와 안녕을 위해 일할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국민은 선거를 통하여 지도자를 바꿀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본래부터 이상적인 정치 체제가 아닌, 약점을 가진 제도였다. 민주주의의 대립 개념으로 전체주의(totalitarianism)가 있다. 이는 국민에 의해 권력을 쥔 자가 자기 이념의 실현을 위해 국민을 수단으로 동원하고 이용하는 체제이다. 

국민은 당연히 민주주의를 원한다. 문제는 민주주의를 표방한 포퓰리즘이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중의 요구에 당근으로 응답하면서 권력을 잡은 후에는 그 권력을 사유화하여 전체주의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런 선동정치는 필연적으로 페르소나(persona)를 동반한다. 이는 심리학자 칼 융의 개념으로 속임수의 가면과 위선의 탈을 의미한다. 군중 선동과 가짜 여론몰이의 수단과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며, 이를 조직적으로 이용한 무서운 독재가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국민을 기만할 수 있다. 링컨이 말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가 21세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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