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70년의 굴곡진 삶 ①
# 일제말기
노하(路下)에서 선천(宣川)으로 올라가는 열차의 뒷칸에 기관총을 장착한 일본 군인들을 볼 수 있었다. 하늘에는 미국 비행기(B29)가 북에서 남쪽으로 소리 없이 지나가곤 했다.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유유히 사라지곤 했는데 이상하게도 비행기가 사라진 한참 후에야 노하에서 공습경보 사이렌이 길게 울리곤 했다. 왜 지나간 다음에 사이렌을 울릴까? 라는 의문이 머릿속에 맴돌곤 했다.
<하늘엔 비행기가 날데/아주 높이 날아 소리도 없이 날데/구름떼같이 하얀 연기(?)를 뒤로 뿜어 내며/어디론가 유유히 사라지는 비행기/하얀 띠가 오래오래 하늘을 수놓고/사라진 비행기는 어디로 갔을까/나도 그곳을 가 볼 수는 없을까/먼 곳에 대한 동경(憧憬)이 싹트는 하늘 속으로/방공(防空) 싸이렌이 나팔소리처럼 퍼져 가는 날/나는 마당에서 서성대기만 했다.
<‘B-29’전문(시집 ‘약속의 땅’ 수록)>
# 해방, 광복의 날
1945년 8월 15일 정오 일본 천황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던 날 세상이 뒤집혔다.
<갑자기 온마을이 술렁인다/일본이 패망했다고/이제 해방이 되었다고/잔치가 벌어졌다//이른 아침/아버지께선 원형 식탁을 펴 놓으시고/태극기를 그린다/어디서 나왔는지 구겨진 태극기를 펴놓고/큰 광목에 새로이 태극기를 그리신다//~//노하(路下)에선 불이 탄다/신사(神社)가 타고/일본 사람들의 집이 불길에 휩싸여/밤을 밝히고 있다/온 마을이 뜬 눈으로/뜬 눈으로 기쁨의 축제를 벌인다.>
<‘해방’의 부분(시집 ‘약속의 땅’ 수록)>
# 분단(分斷), 자유 대한으로의 탈출 (1)
광복의 기쁨은 잠시 우리 가족은 자유를 찾아 38선 이남으로 탈출했다.
평양에서 몇 달 지나 해주를 통해 월남했다. 디아스포라의 세월이 시작된 것이다.
<평양을 떠나 해주로 왔다/합법적으로 기차를 타고 왔다/변두리의 여관에서 여장을 풀다/주변엔 작은 시내가 있고 석교(石橋)가 있고 고풍한 맛이 풍겼다
어른들은 안내원을 찾아 접촉한다/안내비용과 출발 일시와 또 위기탈출의 심득사항을 익히고/어두운 밤/썰물따라 38도선을 넘었다
어떤 이들은/어린애가 울음보를 터뜨려/애기의 목을 졸라 생명을 앗기도 했단다/기침도 발자국 소리도 없이/한 줄로 묵묵히 안내원을 따라야한다/아빠의 등에 업혀 썰물의 갯벌을 밤새 따라간다/남으로 남으로/그 짧으나 길고 긴 시간/경비병들의 초소를 피해/남으로 왔다>
(사선(死線)을 넘어-1, 전문)
박이도 장로
<현대교회•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