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득불 자랑할진대 내가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고후 11:30)
보통 체격의 예쁘장한 얼굴의 25세의 직장 여성. 너무 무기력하고 계속 우울하고 그러나 살고 싶은데 이 무기력감이 자신을 갉아 먹는 느낌이 든다고 진료실에 내원했다. 특별히 직장이나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없고 성격적으로 낙천적이고 자신의 하는 일에 기본적으로 완벽해야 한다. 상대방이 자신을 바라보는 기대감에 따라 행동하게 되고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청소년 시절에도 학교 반장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왔으며 리더십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쉬지 않고 뭔가를 늘 보여줘야 했고 항상 밝고 명랑하고 책임감이 많았다.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25살인데도 유치원 아이처럼 아빠 앞에서 춤추며 아빠를 늘 웃게 만든다. 지금 생각해보면 속마음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년 여름부터 시작해서 최근 한 달 전부터 더 이상 버틸 힘이 없고 무기력한데도 쉬지 못하고 무엇인가를 더 해야 하고 끊임없이 하려고만 한다. 직장에서 모두 연상의 윗사람들이어서 젊은 자신이 나서서 뭔가를 해야 할 듯하고 주변의 평가를 의식하고 행동해야 하고 자신을 스스로 놓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눈뜨면 하루에 대한 기대감이 없고 살아가는 느낌이나 살아야 할 이유가 없고 하루를 버틴다는 생각이 든다. 자살같은 무서운 생각이 들어 이렇게 살아야 되나 싶다. 화를 내고 싶어도 낼 수도 없고 명치도 아프고 잠도 못 자고 꿈은 꾸지만 기억도 나지 않고 개운하지도 않다. 힘든 얘기를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도 고민을 털어 놓으면 저 사람도 힘들텐데 내 고민까지 더해주는 것은 아닌가 싶어 말도 꺼내지 못한다. 이와 같은 증상으로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황원준 전문의
<황원준정신의학과 원장•주안교회 장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