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는
하얀 백지에 그림을 그린다.
농삿일로 검게 그을린
아버지의 얼굴을 그리며
내가 꿈꾸는 자화상으로
고향을 되돌린다.
8월에는
하얀 백지에 글을 쓴다.
호롱불 반기며 골방에 앉아
밤 늦도록 공부하던 날
깨알같이 박아 쓴
일기장으로 그날의 글을 쓴다.
8월에는
마음의 하얀 백지에
깊은 생각을 얹는다.
내 스스로를 되돌리는
맑은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생각 속으로 잠기느라
오염된 나 자신을 씻어낸다.
8월에는
꿈많은 소년으로 돌아가는
내 마음껏 백지에 낙서를 맘대로 갈기듯 해방이다.
위선을 떠는 스스롤 꾸짖고
속 사람은 짓누르고
겉 사람으론 숨기느라 애를 쓴 날들을
하얀 백지에 마구잡이로 글을 갈기는 낙서이어라.
8월에는
하얀 백지에 모든 것을 맡기면서
내가 없는 주님께 드리고 전적으로 나를 잊는다.
이제부턴 주님이 무어라 쓰시고 그림을 그리는지
기다리는 내가 백지가 되리라.
8월에는
하얀 백지에 내가 들어간다.
나는 내가 아니라 주님이 주인이시어라.
<시작(詩作) 노트>
8월은 수양의 달이다. 수련하고 스스로를 닦아내는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여름의 절정 8월이다. 백지가 되는 것은 내 뜻대로가 아닌 주님의 뜻에 맡기는 것이다. 나는 죽고 하얀 백지가 되어보면 그 백지에 주님께서 무어라 글을 쓰시고 아니면 그 백지에 그림을 그리게 되리라. 그래서 8월에는 한번 옛날로 돌리는 순진한 소년도 되어보면 꿈을 먹고 살아가는 하얀 백지 같은 소년이 될 것이다. 문제는 마음이 하얀 백지인가? 아니면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추한 모습은 아닌지 문제는 깨끗한 백지여야 할 것이다. 글을 써 주려 해도 하얀 백지라야 주님께서 마음껏 복되고 희망찬 글이 쓰여지리라.
김순권 목사
<증경총회장•경천교회 원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