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으로 살아있다] 투병은 영적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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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1월 30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책상을 정리했다. 취재 수첩을 주섬주섬 보자기에 싸 들었다. 빨간 보자기가 사약처럼 묵직했다. 사망은 절망과 자기 분노라는 독소를 뿜어, 먼저 내 영혼의 지배를 시도한다. 병마(病魔)는 혼자 오지 않는다. 자기보다 더 파괴적인 일행을 여럿 대동하고 온다. 절망, 좌절, 염려, 외로움과 고독, 실족…. 절망의 독소는 희망을 마비시키고, 사망에 이르는 대로를 확장하고 나를 손짓해 불렀다. 정작 숨통을 조이는 것은 병마의 손이 아니라 곰팡이처럼 소리 없이 번져가는 마(魔)의 일행이 뿜어내는 독소였다. 절망과 싸워 이기는 것이 곧 병과 싸워 이기는 것이다. 따라서 투병의 본성은 의학에 의존한 전투라기보다는 오히려 영적 전쟁이라 할 수 있다. 영적 전쟁에 지고 나면 전투에 나설 맥도 풀리고 말기 때문이다.

예수는 물으신다. “네가 낫고자 하느냐?”(요한복음 5:6) 낫고자 하는 자는 영적 전신갑주를 입어야 한다. 그리고 소망의 깃발을 높이 들라! 설령 희망이 없다는 말을 들어도 그럴수록 소망을 품고 병든 몸이 깨끗이 치유되는 상상을 하며 기도하면 기적이 일어난다. 어느 날 의사가 내게 설명했다. “간 수치가 올라간다는 것은 그만큼 간세포가 파괴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세포가 파괴되면 그 자리는 섬유결절로 딱딱하게 변하고, 한 번 딱딱해진 세포는 다시 회복되지 않습니다. 간경화의 마지막은 죽음이지요. 이제 제가 환자분께 해드릴 수 있는 일은 경화의 속도를 늦추는 일뿐입니다.” 그의 말은 일종의 사망선고였다. 그러나 나는 생각했다. ‘내 혈관 속에는 하나님이 주신 소망이 가득 흐르고 있다. 그리고 소망은 섬유결절도 말랑말랑한 세포로 만들어 놓을 것이다.’ 

소망은 기적을 일으켰다. 이식 수술을 하던 날, 의사인 처남이 수술실에 들러 적출해 낸 내 간을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누렇고 퍼런 기가 감도는, 울퉁불퉁하고 거북등처럼 딱딱해 보이는 한 줌밖에 안 되는 간을 가지고 몇 년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는지 의아심마저 들었단다. 소망은 현상을 뒤집을 수 있고, 소망은 환경을 역전시킨다. 오직 믿음 안에서만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소망의 줄을 굳게 잡아야 하는 이유다.

김은진 목사

•홀여성선교회 회장

•마곡성은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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