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경기에서 재미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사인’입니다. 사인은 경기 전에 미리 약속하는 일종의 신호 체계죠. 하지만 복잡한 사인은 선수들도 종종 잊어버리곤 합니다. 아무리 알려줘도 사인을 외우지 못하는 선수가 팀마다 2~3명씩 꼭 있다고 합니다. 때로는 감독이 무심코 귀를 긁적이는 행동을 사인의 일부로 착각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곤 합니다. 한 경기에서 감독이 주자에게 도루 사인을 줬는데, 그 주자는 한 시즌 내내 도루에 성공한 적이 없는 선수였습니다. 도루에 자신이 없었던 주자는 갑작스러운 감독의 사인에 당황합니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준 사인임에도 불구하고, 주자는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사인을 무시하게 됩니다. 결국, 주자는 경기 후 징계를 받았습니다. 감독의 사인을 어기는 행위는 그만큼 중대한 문제입니다. 심지어 번트 사인을 무시하고 홈런을 쳐도 징계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야구에서 사인을 무시하는 행위가 엄격하게 다뤄지듯, 성경에도 이와 유사한 ‘사인’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 징조가 네게 임하거든” 여기서 ‘징조’는 히브리어 ‘하오토트’로, 바로 ‘사인’을 의미합니다. 사울은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기름 부음을 받았습니다. 이것은 그에게 왕의 사명과 권위가 부여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사울은 시간이 지나도 자신이 왕이 되었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사무엘은 사울의 마음을 헤아리고 세 가지 사인(하오토트)을 알려줍니다. 첫째, 사울이 베냐민 땅 경계에 있는 라헬의 묘실 곁에서 두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고 둘째, 벧엘의 산당으로 예배하러 올라가는 세 사람을 만날 것이며, 셋째, 그들이 사울에게 떡 두 덩어리를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무엘이 이 세 가지 징조를 알려준 것은 사울에게 왕으로서의 부르심을 확신시켜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한 번은 우연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세 번은 결코 우연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울은 하나님이 주신 사인을 받았으니 이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사무엘은 “네 손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저 없이 하라”고 말하며, 사울이 하나님의 능력을 믿고 블레셋의 손에서 백성을 구원할 왕의 모습을 보이길 강조했습니다. 고대 근동 사회에서 왕이 통치 능력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쟁을 통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자신이 ‘하나님의 사람’임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사울은 사무엘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숨어버렸습니다. 이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사인을 받았다면, 두려움을 이겨내고 그 능력을 담대하게 증명해 보여야 합니다. 진정한 믿음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용기에서 완성됩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