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대성당은 13세기 중세에 착공되어 600년 뒤에야 완공된 세계적인 고딕 양식 성당입니다. 고딕 양식은 신의 영광에 더 가까이 가려는 염원을 담아 탑을 하늘 높이 올렸습니다. 중세 약 1천 년간 신을 중심으로 살던 서유럽 사회에 인간 중심으로의 큰 변화를 가져온 르네상스가 시작됩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된 르네상스 시대, 상인들은 신의 초상 대신 자신들의 초상화를 제작했습니다. 이들은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원근법, 명암 대비법, 비례 등 미술의 혁신을 이끌었습니다. 인간 중심 미술의 대표작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입니다. 모나(Mona)는 유부녀 이름 앞에 붙이는 경칭이고, 리자는 이름입니다. 즉 우리말로 하면 ‘리자 여사’를 그린 겁니다. 몸을 살짝 비튼 그녀의 시선은 관람자가 어디에 있든 응시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착시와 비례의 완벽한 조화가 특징입니다.
이처럼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면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시계입니다. 자연력이 아닌 기계력으로 작동하는 세계 최초의 기계식 시계는 13세기 유럽에서 등장해 새로운 ‘과학적 세계관’을 구축합니다. 그동안 사람들은 죽고 사는 시간까지 신에게 온전히 맡겼으나, 이제 인간이 직접 시간을 조절하게 된 사건입니다. 시계 개발은 신대륙 발견과 과학혁명을 끌어내는 핵심 동력이 되었으며, 인류 역사에 큰 발전과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시간을 조절하게 되었다는 자율 선언은 곧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라는 오만함, 즉 ‘자기중심성’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울이 왕이 된 지 2년째 되던 해, 군사력이 취약했던 이스라엘은 철제 무기로 무장한 블레셋의 위협을 받았습니다. 백성들은 두려움에 떨며 웅덩이에 숨었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선지자 사무엘이 와서 제사를 인도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약속한 7일이 지나도록 사무엘은 오지 않았고, 초조했던 사울은 결국 왕으로서 해서는 안 될 제사를 직접 집행하고 맙니다.
사울의 이 행동은 표면적으로는 불순종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신을 중심에 두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사무엘은 사울이 왕의 명령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그에게 여호와의 심판을 단호하게 선포합니다. 이는 사울의 중심이 이미 변했음을 보여줍니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하나님 말씀에 순종할 수 없습니다. 사울은 마땅히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살았어야 합니다. 진정으로 하나님을 삶의 중심으로 삼는 자는 어떤 두려운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인내하며 믿음을 지켜냅니다. 우리의 삶의 중심이 ‘자기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변화되기를 축원합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