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으로 살아있다] 상처받은 마음의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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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환 환자의 특성 중 하나가 건뜻하면 찜부럭 내는 것이다. 하루는 어쩌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의 큰아이 일기장을 들추어보게 되었다. 뒤적뒤적 일기장을 넘기다 나는 어느 날의 일기에 얼어붙고 말았다.

‘아침에 아빠가 외출하신다고 했는데 학교 갔다 와보니 아빠가 집에 계셨다. 그래서 나는 싫었다. 요새 아빠는 너무 화만 내신다.’

현기증이 났다. 큰아이가 중학생이 된 후 어느 날, 하루는 아이를 데리고 야외로 나갔다. 양수리 물가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시원한 풍광을 바라보며 아이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영준이는 아빠에게서 어떤 인상을 갖고 있니?”

아무 말이 없다. 나는 아이에게 내가 나의 아버지에 대해 갖고 있던 기억을 먼저 말해주었다.

“할아버지 하면 한 번도 아빠를 야단쳐 본 적이 없는 그런 분으로 추억이 되는데, 너는 아빠 하면 그 인상이 정반대겠지… 그렇지?”

여전히 대답이 없다.

“아빠는 네게 그런 인상을 남겨 주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후회스럽고 못나 보인다. 아빠가 아파서 네게 말할 수 없이 힘든 고통을 주고, 괜스레 짜증내고 따듯하게 대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아빠도 가슴이 찢어진다. 어떻게 하면 네 상처를 씻어줄 수 있겠니? 아픈 추억들은 힘껏 지워주길 바란다.”

대답 대신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뚝 하고 땅에 떨어진다. 흙에 떨어진 아이의 눈물이 빚어낸 자국을 바라보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아이가 눈물 사이로 말을 한다.

“아빠, 전 괜찮아요. 아빠가 건강하시기만 바래요.”

변성기를 통과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굵직하다. 나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한참이나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다음회 계속)

김은진 목사

•홀여성선교회 회장

•마곡성은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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