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4일에 발생한 본다이 비치 총격은 호주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1882년에 일반에게 개장한 본다이비치는 시드니 시민들이 사랑하는 명소이다. 1km 가량의 해변은 도심과 불과 7km, 차량으로 20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다.
비치는 수영, 서핑, 일광욕, 카약, 스노클링, 요가, 산책을 비롯한 다양한 해변 레저 스포츠로 유명하고, 파도가 비교적 높아서 서퍼들에게 인기가 많다. 오랜 역사로 아름다운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다양한 문화 행사의 중심지가 되었다. 본다이에서 브론테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안 절벽 산책도 인기가 높다.
호주 연방정부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2026년 1월 22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연방의회 의사당을 비롯한 전국의 공공기관과 관공서에 국기를 조기로 게양했다. 동부 표준시 오전 10시에 희생자들을 기리는 1분 간의 묵념을 전국에서 진행하고, “증오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각 주 정부는 지역별 추모 장소를 마련하고, 테러 피해자와 유가족을 돕는 ‘본다이를 위한 연대’ 기금 모금을 전개했다. 테러로 충격을 받는 유대인 공동체와 호주 사회 전반의 슬픔을 위로하고 공동체 회복을 도모했다. 본다이 비치에도 촛불을 밝히고 꽃을 헌화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연방정부는 긴급의회를 소집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앤서니 앨버니스 총리는 여름 휴가 기간에 의회를 조기 소집해서 ‘반유대주의 증오 및 극단주의 대응 법안 2026’ (Combatting Antisemitism, Hate, and Extremism Bill 2026)을 상정했다.
법안은 형법 개정, 이민법 보완, 총기 규제 강화 등의 영역으로 구성된다. 특정 인종, 국가, 민족적 기원을 이유로 증오를 조장하거나 선동해 타인에게 공포나 위협을 주는 행위를 연방 범죄로 규정한다. 나치 문양 등 금지된 증오 상징물의 전시나 배포에 대한 처벌도 강화한다. 증오와 분열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인물에 대한 비자 거부와 취소 권한도 강화하고, 극단주의 자료나 증오 상징물의 수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야당과 녹색당은 총기 규제에 찬성하면서 증오 표현 관련 조항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총기 규제와 증오 표현 대응을 분리 처리할 방침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증오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특정 단체를 증오 단체로 지정해서 활동을 금지하는 법적 토대가 될 전망이다. 증오 단체의 구성원이 되거나 자금 지원, 모집, 훈련에 참여하는 일체의 행위가 최대 7년 징역의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사용한 총기가 합법적으로 취득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전국적인 총기 수매 제도와 국가 총기 등록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총기를 수매해서 폐기한 뒤 총기 면허 심사 시에 정보기관의 배경 조사를 의무화하고 총기의 수입 규제를 강화한다.
연방정부는 전직 대법관 버지니아 벨이 이끄는 국립 조사위원회도 설치했다. 2026년 12월까지 보고하기 위해서 사건의 근본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하누카 행사 중에 유대인 사회를 겨냥한 테러로 확인되면서 반유대주의 근절과 유대인 공동체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추가 조치도 예상된다.
본다이 비치 사건에 대응하는 정당 간의 협의 과정이 지혜롭다. 호주 사회는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동시에 성숙한 토론 문화를 통해서 비극적인 사건을 극복하고 발전하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변창배 목사
전 총회 사무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