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선교-소명의 사이렌] 안나 카레니나 법칙과 하나님 나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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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5년 연말을 지나면서 하늘에서는 싸락눈이 내리는 가운데 모두들 마음이 싱숭생숭하던 오후 시간 때에 갑자기 “긴급출동”벨이 울린다. 인천광역시 부평구의 A아파트 5층 베란다에서 젊은 남자가 뛰어 내리려고 한다는 119신고와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급한 가운데 관할 119안전센터 및 119구조대를 출동시키고 현장지휘관으로서 지휘차로 출동하며 우리가 가진 모든 에어안전매트를 적재해서 출동하도록 무전으로 지시내렸다. 긴급출동 사이렌을 울리며 도로의 중앙선 침범과 교통신호를 무시하며 신속히 현장에 도착해 구조대원을 5층 실내로 일부 급파하고 지상에서는 이동 중인 구조대상자를 고려해 갖고 온 에어안전매트 4개를 신속히 모두 전개했다. 한편으로는 뛰어내리지 않도록 설득을 시도했지만 그 청소년은 결국 부모를 원망하고 세상을 비관하며 순식간에 뛰어내렸다. 다행히 에어안전매트가 펼쳐진 지점에 착지(着地)해서 1급응급구조사인 119구급대원들이 현장에서 건강체크했는데 별 부상이 없어 간단한 처치 후 인근병원으로 이송하며 그 상황은 종결되었다. 감사하게도 젊은 그 생명을 살려서 귀서(歸署)하는 지휘차에서 감사기도를 올렸는데 많은 감상적(感傷的)인 마음으로 한동안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남아있다.

19세기 러시아의 문호(文豪)인 톨스토이의 대표적인 소설『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에는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첫 문장 가운데 하나인 이 문장은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사회 전체의 불행을 설명하는 하나의 원리로 확장되어 왔는 바, 이른바 ‘안나 카레니나 법칙’이다. 행복은 여러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때 가능하지만, 불행은 단 하나의 결핍만으로도 발생한다는 통찰이다.

오늘 한국 사회가 직면한 자살 문제는 이 법칙을 가장 비극적인 방식으로 증명하고 있다. 최근 통계가 보여주듯,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일탈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누적된 자살 사망자 수는 수십만 명에 이르렀고, 하루 평균 수십 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현실은 반복되고 구조화된 사회 현상이 되었다. 이 정도 규모라면 자살은 ‘국가재난’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재난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분류하고 있다. 자살은 재난기본법에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고「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따라 보건복지 정책의 영역에서 다뤄왔다. 2025년부터 정부에서는 자살문제를 ‘사회재난’으로 격상해 정책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자살의 재난적인 성격으로서 반복·누적·구조적 재난이라는 점과 함께 윤리적인 성격으로서 국가가 책임져야 할 재난이라는 점에서 이론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정책이다. 

안나 카레니나 법칙의 관점에서 볼 때, 한 사람이 삶을 지속할 수 있기 위해서는 수많은 조건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안정된 소득, 예측 가능한 미래, 존중받는 관계,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신뢰, 위기 시 손을 내밀 수 있는 제도와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이 사회에 필요하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이 가운데 단 하나라도 무너질 경우 삶은 급격히 불안정해진다. 실직, 질병, 관계 단절, 부채, 사회적 고립, 낙인과 침묵은 각기 다른 경로를 통해 한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다. 불행이 ‘제각각의 이유’로 발생한다는 말은 자살의 원인이 단선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정확히 짚어낸다.

김성제 시인

<소방청 인천부평소방서, 재난과학박사, 우리응답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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