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싱에는 참 이상한 아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절대음감을 지닌 A군. 지금은 프로 뮤지컬배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이혼 후 조부모님과 살고 있던 A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일조차, 자신을 키워준 조부모에게 죄가 되는 것처럼 여기며 모든 것을 참아내는 아이였습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하던 날, 입 밖으로 한 마디도 내지 못하고 얼음처럼 굳어져 서 있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우리의 긴 3시간의 기다림 끝에 첫 대사를 시작했고, A는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타고난 음악적 재능과 노력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 배우가 된 A는 블레싱 뮤지컬선교회에서 제작하는 뮤지컬에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한 B양. 지금은 프렌차이즈 영업장의 인기 매니저로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B양의 삶은 더 거칠었습니다. 삼남매 모두 아버지가 달랐고, 어머니가 사귀고 있는 또 다른 남성은 술에 취하면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습니다. 어느 날, 내가 지휘하는 합창단 교회공연을 본 B는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제 인생을 바꾸고 싶어요. 선생님, 도와주세요. 저도 노래하고 싶어요.” 그때 B는 동네에서 유명한 일진이었습니다. B는 일진에서 나오겠다고 약속했고, 그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팔이 부러졌고, 담배로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곳을 떠나 우리와의 약속을 지켜냈습니다. 우리는 B에게 대학입시를 통해 새로운 삶의 계기를 주었고 B는 대학에 진학하고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벗어나 씩씩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냈습니다.
이 이상한 이야기는 이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블레싱을 찾아오는 많은 아이들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었고, 나는 이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기로 마음먹고, 하나님께 동역자를 주시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때 중앙대학교 합창지휘 전공 후배이자 월드비전 합창단에서 함께 지휘하던 최현주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의 사연을 나누었고, 선생님은 선뜻 블레싱의 길에 동행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뮤지컬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단 생각에 서울예술단 지도단원으로 계시던 고미경 선생님을 찾아가 간절히 부탁드렸습니다.
“힘드시겠지만, 이 아이들을 대학 뮤지컬과에 진학하도록 도와주세요!”
선생님은 흔쾌히 마음과 시간과 열정을 내어주셨고, 그렇게 블레싱의 선생님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작곡과 모든 음악을 맡아주시는 최민선 선생님, 공연기획을 맡아주시는 최정윤 선생님, 안무에 장은정 선생님, 연기에 이영숙 선생님이 함께 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또 다른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3 아이들이 연습하고 레슨을 받을 공간이 없었습니다. 목사님의 허락을 받아 교회에서 연습을 시작했지만, 그렇게 우리는 세 곳의 교회를 전전해야 했습니다.
그 시절, 아이들은 우리 집에서 밥을 먹고 연습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제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고 진짜 아빠가 없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되어주었습니다. ‘그 아빠’는 어느 날 말했습니다.
“연습실을 알아봐요. 더 이상 쫓겨나지 않게, 밤새 노래해도 되는 곳이어야 하는데, 지하에 있는 곳은 하지 말아요. 월세가 좀 비싸더라도 창문이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하루 종일 하늘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 블레싱의 연습실은 기적처럼 생겨났습니다. 마치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 도와주었고, 지금의 더블레싱 뮤지컬센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모두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며 기적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기적을 기뻐하던 어느 날, B의 어머니가 찾아와 말했습니다. “우리가족 전체에서 대학에 들어간 사람이 B가 처음이에요!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하셨고 우리는 어머님이 해 오신 떡으로 작은 파티를 열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질문 앞에 섰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재능 있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일, 삶의 길을 잃은 아이들에게 손을 잡아 일으켜 길을 알려주는 일, 또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우리들의 삶을 통해 느낄 수 있게 하는 일, 더블레싱 뮤지컬센터가 만들어진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때 고미경 선생님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우리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블레싱은 시작되었고 현재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예술인들과 전문인들이 모여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묻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을 위해, 우리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입니다.
김연수 단장
<블레싱뮤지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