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919년 3월 1일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독립만세를 외쳤던 삼일운동 107주년이 되는 해다.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로 시작되는 선언서가 요즘 한글세대에게는 해독불가의 암호문같이 들리지만, 우리 세대는 국한문혼용체로 열심히 암송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인구 2천만 명 중 200여 만 명이 참가했다고 조선총독부가 기록할 만큼 전국 방방곡곡에서 들고 일어나 독립 만세를 외쳤던 거국적 민족운동이었다. 삼일운동의 결과로 상해임시정부가 수립되고, 일제의 통치 정책을 바꾸었으며, 드디어는 민족의 독립을 쟁취하게 된 것이다. 그뿐 아니다. 독립선언서 전문을 읽어보면, 어떻게 우리나라가 고난을 딛고 선진 강국으로 우뚝 서서 세계에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었는지 그 비밀이 삼일독립운동의 정신에 구구절절 나타나 있음을 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남 탓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라를 잃은 수치심이 사무쳐 일본의 잘못을 분명히 나열하면서도, “자기를 채찍질하여 독려하기에 급한 우리가 남을 원망하고 꾸짖을 겨를이 없노라…. 오늘 우리의 소임은 다만 자기의 건설이 있을 뿐이요, 결코 남을 파괴하는 데 있지 아니하노라”라고 당당하게 천명한다. 이러한 자립, 자조의 정신이야말로 우리나라를 선진국의 대열에 들게 한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유대민족이 그런 민족이었다. 약소국으로서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3천여 년을 살아남아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힘은 바로 이런 정신에서 나왔다. 반면에 남 탓하기에 여념이 없는 민족이나 이념이 살아남지 못함은 역사가 증명한다. 대표적으로 공산주의 이념이 그렇다. 역사를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나누고, 내가 못사는 것은 자본가 때문이고, 제국주의 세력 때문으로 돌리고, 모든 힘을 적을 타도하는데 기울인 나머지 자기 능력은커녕, 정신마저 황폐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세계에서 공산주의가 사라지게 된 근본 이유이다.
남한과 북한이 가장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북한은 기독교를 탓하고, 지주계급을 탓하고, 미제국주의를 탓하다가 가난과 독재의 굴레에 빠지고 말았다. 남한은 일본을 원망하고 탓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친일파를 색출해서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지 않았다고 비난받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내 실력 키우기에 집중함으로써, 산업을 일으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이룩하고, 문화가 꽃피는 첨단 과학기술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으로는 세계 정세와 미래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올바른 방향감각으로 독립운동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아 새로운 천지가 눈 앞에 펼쳐지도다. 위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다가오도다. 인도적 정신이 신문명의 서광을 인류 역사에 투사하기 시작하는도다. 새로운 봄이, 이 세계에 와서 만물의 회생을 재촉하는도다” 물론 당시 세계는 제국주의의 지배라는 어둠 속에 있었기에 과도한 낙관주의가 아닌가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암담한 시대에 100여 년 뒤에 우리나라에 이와 같은 서광이 비칠 것을 내다본 선조들의 지혜가 대단하지 않은가?
지금 우리 정치인들은 기미독립선언서를 다시 자세히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아직도 부자들을 탓하고 대기업을 탓하고 외세를 탓하는 소위 진보 정치인들뿐 아니라, 지금의 시대적 요구에 눈감고 방향감각을 잃고 구태의연한 고루함을 못 벗는 보수 정치인들 모두 삼일운동의 정신을 진정으로 깨닫기를 바란다.
김완진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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