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꿈이었던 거야? 전신에 힘이 빠지도록 실랑이를 벌인 것 같은데 꿈이었다니 허망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순간 머리를 치고 올라오는 생각에 눈이 다시 번쩍 뜨이며 외마디소리가 절로 입술을 밀고 올라온다. 아아 예수님이셨구나, 한나절이 다 지나도록 거리에 터 잡고 서 있는 남자를 붙들고 예수 믿으라고 전하고 또 전하면서 애를 태웠던 그 상대가 바로 예수님이셨고 그분이 오히려 나를 설득하려 했던 거였다는 깨달음이 꿈결처럼 머리를 치면서 정신이 들었다.
교회를 50년 가까이 다니지만 이 동네에 살아본 적은 없어서 정확한 지점을 말하기는 어려우나 약수역에서 청구역에 이르는 대로변 중간쯤 작은 십자로에 자리를 펴고 한 남자가 서서 외치고 있었다. 건너편에 청구초등학교가 있다고도 하고 아무튼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큰길이었다. 나는 열심히 그를 설득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계속 서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기도 하고 앉았던 것 같기도 하다. 꽤 오랜 시간을 그와 줄다리기를 했다는 기억만 확실하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게 아니라며 그는 오히려 나를 설득하려 했던 기억만 난다.
지금 드는 생각은 열심히 그는 내게 자신의 뜻을 전하고자 했다. 외람되지만 야곱이 천사들과 씨름했던 성경 말씀이 떠오른다. 아니 감히 어디다 연상의 줄을 대느냐고 꾸중하실지 모르지만 딱 그게 지금의 내 심정이다. 하나님께서는 무슨 연유로 이 쓸모없는 죄인에게 이런 엄청난 생각이 들게 하시는지 그 은혜를 감당하기 힘들다. 우리 교회가 있는 약수역 사거리에서 신당동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다가 왼쪽 어디쯤이라는 기억이 이토록 또렷할 수가 없다. 실제로 그와 같은 지형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가늠이 안 되는 이 아낙에게 이 무슨 섭리이실까?
분명한 것은 내가 애가 타서 나의 주장을 그에게 죽을 힘을 다해서 설명하고 또 했다는 것과 말을 듣지 않는 그가 안타까워서 도저히 그곳을 떠날 수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지금 그걸 뒤집어 보니 그분이 내 어리석음을 바로잡아 주시는데 내가 엉뚱한 곳에서 계속 헤매기만 하고 당신의 말을 못 알아들으니 안타까워서 나를 놓지 않고 가르치신 것이었다. 아아 예수님 이 은혜를 소중히 간직하고 헛된 일 되지 않게 보호해 주시옵소서.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