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구절: 누가복음 11:1-13 낮은 곳을 향한 따뜻한 시선
성경의 여러 복음서 중 누가복음은 유독 결이 고운 비단 같습니다. 저자인 누가는 의사라는 직업적 배경을 바탕으로 예수님의 생애를 철저히 조사하고 체계적으로 구성했습니다. 그의 펜 끝은 섬세했고, 그 시선은 따뜻했습니다. 그것은 기도와 성령에 대한 저자의 강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누가는 논리적인 서술 속에 ‘소외된 자를 향한 하나님의 깊은 사랑’이라는 복음의 정수를 담아냈습니다. 본문을 중심으로 누가복음이 담고 있는 하나님의 마음을 세 가지 핵심 주제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째, 기도는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겸손한 고백입니다
누가복음은 다른 복음서에 비해 기도를 유난히 강조합니다. 예수님의 공생애 중 중요한 분기점마다 기도가 있었습니다. 세례를 받으실 때, 열두 제자를 택하실 때, 변화산에 오르실 때, 그리고 겟세마네 동산의 고뇌 속에서도 주님은 홀로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으셨습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실 능력이 있는 하나님의 아들이 왜 그토록 기도에 매달리셨을까요? 그것은 기도의 본질이 단순한 간구가 아니라, “하나님, 나는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라는 철저한 자기 부인이자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기도가 멈춘다는 것은 곧 교만의 시작입니다. 상황의 형편과 관계없이 기도의 자리를 지키는 것, 그것이 바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의 첫걸음입니다.
둘째, 성령은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가장 좋은 선물입니다
누가는 누가복음뿐만 아니라 성령의 역사를 다룬 사도행전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성령 하나님에 대해 매우 명확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마태복음 7장 11절에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을 주신다고 표현된 대목이, 누가복음 11장 13절에서는 구체적으로 ‘성령’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의사였던 누가는 인간의 의술이나 지식보다 성령님의 도우심이 근본적인 치유와 변화의 동력임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성령님은 우리가 예배하고 봉사하며 살아갈 때 곁에서 만져주시고 이끌어 주시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내 힘으로 애쓰는 신앙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성령님을 의지하며 그분과 동행하는 체험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복입니다.
셋째, 하나님의 시선은 언제나 세상의 낮은 곳을 비춥니다
누가복음의 가장 아름다운 특징은 소망 없는 이들을 향한 특별한 조명입니다. 누가는 의도적으로 인물들을 대조하며 하나님의 관심이 어디에 머무는지를 보여줍니다. 부자보다는 거지 나사로를, 바리새인보다는 세리의 눈물 젖은 기도를, 아홉 명의 유대인 나병 환자보다는 감사하며 돌아온 이방인 한 사람에게 주목합니다. 세상이 가치 없다고 여기는 이방인, 여성, 죄인, 가난한 자들을 향한 이 따뜻한 시선은 곧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이는 출신이나 조건에 상관없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다면 누구나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다는 ‘차별 없는 은혜’의 선포입니다.
마무리: 하나님의 보좌 앞으로 나아가는 기쁨
우리는 혈통적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아니며, 도덕적으로도 완벽하지 못한 연약한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주님은 허물 많은 우리에게 값없는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소외받고 상처 입은 우리를 위해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셨고, 지금도 성령을 통해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나의 부족함에 매몰되기보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용납하시는 하나님의 보좌 앞으로 날마다 나아갑시다. 기도로 깨어 있고, 성령의 충만함을 입으며, 낮은 곳을 품는 하나님의 마음을 닮아가는 복된 삶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권오규 목사
<계산제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