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타오르는 스크린의 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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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정면에 걸린 대형 스크린은 현대 교회 예배의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다. 찬양 가사를 띄우고 성경 구절을 보여주며, 설교자의 얼굴을 확대해 전달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스크린이 제공하는 편의성이 예배의 본질을 침해하고 있다면 그것은 도구가 아니라 예배를 방해하는 우상이자 공해에 불과하다. 오늘날 많은 예배당에서 스크린은 예배자의 시선과 마음을 독점하는 절대적인 권위자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현상은 예배당의 풍경마저 기이하게 바꾸어 놓았다. 마땅히 예배의 중심이자 상징이어야 할 십자가가 대형 스크린에 밀려 구석으로 치워지거나, 심지어 스크린 뒤로 가려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우리 신앙의 본질인 십자가는 거동이 불편한 장식물 취급을 받고, 그 자리를 차지한 거대한 스크린의 빛이 회중의 눈을 멀게 하고 있다. 신비와 경외가 사라진 자리에는 오직 자극적인 빛만이 남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십자가를 우상이라고 물리친 교단들마저 광명의 천사로 예배를 점령한 스크린이라는 우상은 거부감 없이 수용하고 있는 현상이다. 

타 종교의 의식을 돌아보면 우리 기독교 예배가 얼마나 시각적 매체에 함몰되어 있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불교의 법요식이나 천주교의 미사에서는 대형 스크린이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지극히 제한적으로만 사용된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절대자를 향한 집중을 방해하는 인위적인 빛을 허용하지 않으려 애쓴다. 법당이나 성당 내부에서 타오르는 촛불 하나가 주는 영성이 수만 개의 픽셀로 구성된 영상보다 훨씬 더 깊이 신자들을 영적 세계로 인도한다. 다른 종교들이 침묵 속에서 초월적 존재를 만나는 것과 대조적으로, 오늘날 기독교 예배는 현란한 자막 없이는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하는 ‘스크린 중독’ 상태에 빠져 있다.

예배는 영과 진리로 드리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의 만남이다. 하지만 화려한 영상 효과는 예배자의 영적 상상력을 제한한다. 찬송의 가사를 음미해야 할 시간에 눈은 스크린 속의 글자를 따라가기에 급급해진다. 설교자의 얼굴을 과도하게 클로즈업하거나 불필요한 장면 전환을 시도하는 영상 편집은 예배를 한 편의 TV 쇼나 강연으로 오해하게 만든다. 스크린에 뜨는 파편화된 구절만을 수용하면서 신앙은 기형화되고, 예배는 관찰과 구경의 영역으로 전락한다. 하나님께 드리는 영적 예배를 한낱 시각적인 형상으로 가두어 버린 이 현대판 우상을 어찌할꼬!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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