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오래전부터 어린이날이 공휴일인 것에 비해 어버이날은 정상 근무 날이다. 효를 숭상하며 자기 생명의 근본이 하나님과 부모에게 있음을 깊이 깨달을 때 하나님과 어버이 은혜에 진정으로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 집의 로봇청소기, 우리 소방서의 재난대응 드론 등이 배터리 아웃 되기 직전에 전원이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원리와 연어와 장어 등 물고기들이 산란과 죽을 때의 귀소본능(歸巢本能) 현상을 보면서 우리 인간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로봇과 생명체의 ‘집으로 돌아가는 본능’은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하나는 인간이 설계한 정교한 알고리즘에 기반하고, 다른 하나는 수억 년의 진화가 빚어낸 생물학적 경이에 기반한다.
로봇청소기와 드론의 경우, 배터리가 부족할 때 충전기로 돌아가는 것은 ‘기억’이라기보다 실시간 데이터 처리의 결과이다. 처음에 지도 생성(Mapping)과 위치 추정 절차를 거치고 적외선 유도(Beacon)를 실시한다. 드론은 GPS를 사용해 RTH(Return to Home) 기능이 이루어진다. 이륙한 지점의 위도와 경도를 ‘홈 포인트’로 저장해두고, 배터리 전압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저장된 경로를 따라 자동 비행한다. 이에 비해 연어와 장어는 생물학적 내비게이션을 활용한다. 연어는 화학적 성분의 냄새로 고향을 찾는다. 바다에서는 지구의 자기장을 느껴 방향을 잡고, 강어귀에 도착하면 자신이 치어 시절 각인했던 모천(母川)의 물 냄새를 추적해 거슬러 올라간다. 장어는 연어와 반대로 민물에서 살다가 깊은 바다로 내려가 산란한다. 장어는 지구 자기장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해 망망대해에서도 특정 산란 지점을 찾아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체내 자성 물질이 나침반 역할을 하며 수온과 염도의 변화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로봇이 ‘0과 1’의 계산으로 길을 찾는다면, 생명체는 온몸의 감각기관으로 자연의 신호에 반응한다. 특히 연어가 먼 바다를 돌아 자신이 태어난 작은 계곡을 정확히 찾아내는 과정은 여전히 현대 과학이 완전히 풀어내지 못한 신비 중 하나이다. 배터리가 다 된 로봇청소기는 스스로 충전기를 찾아가고, 수만 킬로미터를 유랑하던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모천으로 돌아온다. 로봇의 그것은 ‘생존을 위한 계산’이며, 생명체에게는 ‘내면의 각인’이다. 에너지가 고갈되기 전, 혹은 생의 마지막 순간이 오기 전 반드시 돌아가야 할 ‘근원’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는 ESG와 기후위기를 경험하며 생태적 귀소본능의 붕괴를 느끼게 된다. 해수면 온도 상승과 화학 물질 오염은 연어의 후각을 마비시키고, 자기장의 교란은 장어의 길을 막고 있다. 기업 경영의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인류가 자연의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뒤늦게 설계한 ‘사회적 복귀 알고리즘’처럼 느껴진다. 무분별한 개발로 ‘집(지구)’을 부수던 탐욕을 멈추고, 다시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충전 스테이션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자각이다. 필자가 주장하는 안전인성은 우리 마음의 리턴 포인트(Return Point)가 된다. 안전은 단순히 사고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위험 속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성(Humanity/Character)’이라는 기준점으로 돌아오는 능력이다. 재난 현장의 소방관이나 산업 현장의 작업자가 위기 순간에 매뉴얼과 윤리적 판단으로 복귀하는 것은 로봇의 RTH 기능과 같다. 우리 사회의 안전인성은 위기의 순간에 ‘나’라는 개인적 욕망이 아닌, ‘공동체의 생존’이라는 집으로 돌아가게 하는 마음의 좌표가 된다.
이는 하나님 나라에서 영원한 본향을 향한 여정으로 이해된다. 신앙의 관점에서 귀소본능은 ‘탕자의 귀향’과 닮아 있다. 기후위기라는 징조 속에서 창조 세계를 돌보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청지기적 복귀 명령’이다. 세상의 가치가 배터리 아웃(방전)되어 갈 때, 우리는 어디서 영적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는가? 연어가 목숨을 걸고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듯 우리 역시 죄로 오염된 세상을 거슬러 ‘하나님 나라’라는 본향의 냄새를 쫓아야 한다.
결국 다시 근원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로봇은 센서가 고장 나면 길을 잃고, 물고기는 환경이 변하면 고향을 잃는다. 오늘날 인류는 기후위기와 안전 불감증이라는 거대한 폭풍 속에 서 있다. 우리가 지금 점검해야 할 것은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느냐’이다. ESG라는 시대적 흐름, 안전인성이라는 내면의 나침반, 그리고 하나님 나라라는 영원한 이정표를 따라갈 때 우리는 비로소 방전되지 않는 생명의 길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이 어린 자녀에게 용돈을 주면서 그 돈의 십일조를 다시 드리게 하는 마음과 습관을 길러주는 교육도 소중하다. 그리고 핵가족화와 자기애가 커져 부모님의 은혜를 잊어가는 시대 속에서, 어버이날을 국가공휴일로 지정하려는 정책에도 한 표를 더하고 싶다.
김성제 시인
<소방청 인천부평소방서, 재난과학박사, 우리응답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