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로 전에 체험하지 못했던 삶을 살고 있다. ‘박하사탕’이라는 영화가 있다. 남자주인공은 첫사랑 여인으로부터 배반당하고 아내로부터도 이혼을 당한다. 실패와 좌절 속에서 타락하고 나서 절망한다. 처절한 인생의 마지막 장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과거 시절을 회상한다. 그리고 달려오는 열차를 향하여 철로 위에서 절규한다. 순수하고 가장 아름다웠던 첫사랑과의 그 시절을 그리며 “나 다시 과거로 돌아갈래.” 처절하게 울부짖지만 과거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 세상이 변했다. 코로나 이후 세상은 결코 코로나 이전의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
암 수술을 한 후 울먹이며 나에게 기도를 요청한 친구 아내가 있다. “장로님의 하루와 나의 하루는 달라요.” 암 수술을 받고 한시적 생명이 될지도 모르는 불안 속에서 기도를 부탁한 것이다.
양수리 근교에 그 친구 위로차 문호리에 놀러갔다가 친구들과 함께 마련한 주택단지가 있다. 그동안 바빠서 잘 이용하지 못했으나 코로나가 오면서 자주 그곳을 찾는다.
방역지침은 사람들과 거리두기를 하라고 한다. 사람은 대면하지 말라니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뜻인가? 코로나로 세상은 변칙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자연은 변함이 없이 운행되고 있다. 나는 그 자연으로 돌아갔다. 이곳에서 도심의 공해로 찌든 집착이나 잡다한 상념들을 내려놓으면 몸도 마음도 홀가분해진다. 계절 따라 피는 꽃이며 자연이 너무도 아름답다. 그곳에 가면 물소리 바람소리 나뭇소리 새소리 벌레소리가 들린다. 계절 따라 들리는 새소리 다르고 꽃냄새, 풀내음이 다르다.
청계 병아리도 사다 키웠다. 매일 청계란을 즐식하기도 한다. 고추, 상추, 당귀와 깻잎 등을 직접 따다가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온열방도 만들어 몸을 덥혀 보기도 한다. 창문 넘어 보이는 북한강과 산들의 아름다움, 이렇게 좋은 걸 모르고 살았다. 아니 못보고 놓치고 살았다. 그런데 자연 속에서 나를 찾았다. 나이가 들고 보니 나는 이 아름다움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도 생각이 든다. 무엇 때문에 그리도 바빴고 시간에 쫒기며 살아왔는지?
청명한 가을 하늘 허공을 바라본다. 참 좋다. 참 좋다. 외쳐본다. 시간이 나는 대로 나는 문호리 이곳에 와서 글도 쓰고 붓글씨도 써본다. 아직도 사업에서 은퇴를 못했다. 또 몇 개의 단체들도 섬기고 있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그 나이에 그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 어떻게 시간을 내느냐고 한다. 남 보기엔 바쁘게 보이는 모양이다. 나는 바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다만 우선순위가 있을 뿐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짜투리 시간이 아니다. 일하고 남는 여분의 시간이 아니다. 바쁜 중에 내는 시간이 귀중한 것이다. 바쁜 사람 바쁠 때가 봉사할 때다. 한가한 시간에 하겠다면 평생 아무것도 못한다.
취미생활은 여분의 시간에 하면 된다. 그러나 소명이나 해야만 하는 과업이라면 그것은 다르다. 도심을 벗어난 곳에 집이 있다면 사람에 따라서 변두리일 수도 있고 교외라고 할 수도 있다. 나는 변두리도 아니고 교외도 아닌 이곳에서 자연을 즐감한다. 마스크를 벗고 자연인으로 사는 이곳이 참으로 좋다.
두상달 장로
• 국내1호 부부 강사
• 사)가정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