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 끝이 아니라 소망의 문턱
우리는 낙조를 바라보며 인생의 황혼기(黃昏期)를 떠올리곤 한다. 붉게 물드는 하늘과 바다의 경계에서 하루가 저물어가는 그 순간, 사람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생(生)의 황혼을 떠올린다. 그러나 신앙의 눈으로 본다면 낙조는 단순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하나님의 시간이다.
지난 10월 28일, 필자가 시무하는 교회의 은퇴 장로님들을 모시고 강화 기독교 역사기념관을 둘러보고 교회 동산의 납골묘(納骨墓)를 참배했다. 오랜 세월 신앙의 길을 걸어오신 장로님들의 얼굴에는 감사와 평안이 가득했다. 그분들의 눈빛 속에는 믿음의 여정이 남긴 고요한 감동이 스며 있었다. 우리는 함께 강화의 바다를 바라보며, “하나님께서 주신 이 생(生)의 여정이 얼마나 복된가”를 되새겼다.
강화도의 마리산과 장곶은 낙조가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명소이다. 붉은 석양이 바다 위로 스며드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찬송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허락되면 은퇴 장로님들과 함께 다시 낙조를 보러 오기로 약속했다. 그 약속에는 단순한 여행의 의미를 넘어, 신앙의 세대가 함께 바라보는 ‘영원의 약속’이 담겨 있었다.
낙조를 바라보면 누구나 인생의 마지막을 생각하게 된다. 젊음의 열정이 사그라지고,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 우리는 ‘이제 끝인가’ 하는 두려움과 아쉬움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러나 신앙인은 그 순간에도 ‘낙조 뒤에는 새로운 아침의 태양이 떠오른다’는 진리를 기억해야 한다. 해가 지는 것은 사라짐이 아니라, 다시 떠오르기 위한 준비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인생도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영원한 새 하늘과 새 땅으로 이어진다.
성경은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진다”(고후 4:16)고 말씀한다. 낙조의 붉은 빛은 사라져 가는 인생의 그림자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영광의 빛으로 이어지는 다리이다. 그러므로 신앙인은 인생의 황혼 앞에서 두려워하기보다 감사의 찬양으로 하루를 마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은퇴의 시기를 맞이한 장로님들의 모습 속에서 나는 신앙인의 진정한 품격을 보았다. 그분들은 세상적 성공보다 믿음의 완주(完走)를 더 귀하게 여기셨다.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의 여정을 감사로 마무리하며, 다음세대에게 믿음의 유산을 물려주고자 하셨다. 낙조의 순간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빛이 사라지기 때문이 아니라 그 빛이 또 다른 빛을 예비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신앙도 그러하다. 지금의 인생이 저물어가는 듯 보일지라도, 하나님은 우리를 새로운 빛의 자리로 부르신다. 인생의 마지막은 끝이 아니라 소망의 문턱이며, 낙조 뒤에는 반드시 새벽의 태양이 떠오른다.
오늘 우리가 바라보는 낙조가 단지 슬픔의 그림자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빛으로 이어지는 찬송이 되기를 소망한다. 인생의 황혼기를 감사로 맞이하며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영원한 새 날을 기대하는 믿음의 여정이 우리 모두의 삶에 이어지기를 기도한다.
박용창 장로
<사회복지칼럼리스트, 제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