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남편에 관한 노래가 있다. “1등급 남편은 아내를 두려워하는 공처가, 2등급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는 애처가, 3등급 남편은 아내를 때리는 폭력 남”이라는 노래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문화에서는 부부간의 갈등이나 가정의 해체가 오늘날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여필종부-남자가 주도하고 결정하면 여자는 따라가면 되었다. 문제될 것이 없었다. 여자의 가슴 속에는 비록 한이라는 응어리가 겹겹이 쌓이고 있다 하더라도….
그때의 남성들은 행복했지만 여성들은 불행했다. 여권이 신장되면서 그리고 남녀 간의 정의가 강조되면서 실력과 힘의 균형추가 여성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그런 과정에 전환기 시대적 갈등들이 증폭되고 있다.
여성들이 자기주장을 하게 되면서 이제는 지구의 절반인 여성들이 행복하고 지구의 절반인 남성들이 불행하게 변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남녀의 지위나 권익은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무역이나 도박은 한쪽이 잃으면 다른 한쪽은 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부부관계나 인간관계에서 zero-sum game이 아니다. positive-sum 또는 non-zero-sum game 사회가 되어야 한다. 서로서로 빼앗고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쪽도 같이 이득을 보게 하는 것이다. 상생이고 공존하는 것이다. 여권이 신장되면 남성의 위치가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존중을 받는 것이다.
남존여비
연말이 되면 건배사가 있다. 한 남자가 부부모임에서 “남존여비”를 외쳤다가 여자들로부터 거친 야유를 받았다. 그러자 한 사람이 남존여비는 남자의 존재가 여자에 의해 비참해지는 세상이라며 수습을 했다. 또 다른 해석들이 이어졌다. 남자의 존재는 여자의 비자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사람은 남자의 존재는 여자 앞에서 비실비실(여전남비)해야 한다고 했다. 어떻든 남존여비의 현대적 함의는 남자의 존재가 여성에 비해 저하되고 있다.
여필종부의 현대적 해석도 ‘여자는 필히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라고 한다.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남성지배 사회였다. 그러나 반만년 동안 누려온 남존여비의 슬프고도 굴곡된 특권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남존여비가 아니다. 남녀평등의 건강한 사회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남자들이 ‘젖은 낙엽’처럼 추락하거나 천덕꾸러기로 전락되기도 한다. 문화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 살아남는 놈은 강한 놈이 아니다. 변신하고 바뀌는 놈이다. 변화의 촉수를 읽고 거기에 순응하는 개체가 살아남는 것이다.
나이가 들고 보니 나도 가정에서 힘의 균형추가 아내한테 기울어졌다. 젊었을 때는 집에서 큰소리치며 잘 나갔다. 그런데 이순고희를 넘기고부터 아내한테 해볼 수가 없다. 아내가 드세지더니 이제는 사나워지기까지 했다. 완전히 역전을 당했다. 그래 오늘도 나는 집에 들어가면서 간 빼고 쓸개 빼고 어떤 핍박과 환난이 와도 묵묵부답 참고 살아야지 단단히 결심을 하고 들어간다. 철 들고 보니 그것이 생존전략이고 그곳에 행복이 있고 가정의 평화가 있다.
두상달 장로
• 국내1호 부부 강사
• 사)가정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