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우리는 언제쯤 코로나19 백신을 맞게되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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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백신 허가를 빨리 내리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외신이 나올 정도로 온 국민의 관심사인 백신의 당국 승인과 현장에의 운송 및 보관에 관한 자세한 보도가 거의 중계방송하듯 하는 판에 우리는 여태까지 무소식이더니 영국에서 접종이 시작된지 2주 만에 겨우 그것도 짤막한 “내년 3월에는 우리도 백신을 갖게 될 것”이라는 발표 이후 하도 여론이 나빠지자 위에서 소개한 12월 18일 발표가 전부다. 그런데 그것도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것이 거의 없다. 

역시 계약이 확정된 것은 모더나(Moderna)뿐이고 나머지는 계약을 위한 교섭 중이라는 막연한 기대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다 하는 복수의 회사 제품을 몇 개씩 사들이기로 했다는데 왜 우리는 지금까지 계약마저 못했는지 말이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언제쯤 국내에 도착하게 되며 국내 배분은 어떻게 하는지 등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이 없다. 지난번 처럼 지켜야 할 온도의 포장과 보관의 문제와 운송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우리 국민이 알고싶어 하는 자세한 설명은 이번에도 없었다. 이것은 민주주의국가에서 국민의 생명을 좌우하는 전염병의 처리를 맡은 당국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지난 가을에 시행한 독감 주사 때에도 전혀 경험이 없는 수송업체에 일을 맡겼다가 생긴 실수였다면 이번에는 그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대해서 구체적으로 국민에게 알려야 할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연초에 마스크 배분 문제에 있어서도 약국 앞에서 마스크 한두 개를 사기 위해서 고령의 어르신들을 추운 겨울 날씨에 이른 새벽부터 줄을 세우는 등 아주 무정하고 행정편의주의식의 행정으로 적잖은 혼란을 일으켰으나 그럭저럭 넘어간 것을 벌써 잊었는가. 

이번 코로나19 방역에서 그다지 높게 평가되지 않는 일본에서도 마스크를 우편으로 모든 가정에 배송해서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우리는 민주국가로서는 흔치않은 통반장과 반상회 제도를 가진 나라로서 유독 그것을 어설픈 시장경쟁논리로 해결하려다가 낭패를 본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특정 약품 배송업체에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마저 낳게한 경험을 벌써 잊었다는 말인지. 경쟁이란 시장에 경쟁자가 엇비슷할 때에만 그 원래의 뜻이 유효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경쟁이 안되는 회사끼리 경쟁을 시키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원하는 것은 투명성이다. 물론 관계 당국자들이 수고 많이 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나 생명이 오고가는 이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에 대한 대국민 홍보라 할지 또는 설명이 이렇게 부족해도 좋은지 묻고 싶다. 

외국에서는 백신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아서 국민에 대한 설명이 매우 중요한 업무가 되어 있는데 우리는 조금 더 상세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그들의 긍정적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마치 ‘너희들은 가만히 있어라 우리가 다 알아서 해놓고 그때 알려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수준 낮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인데 말이다. 국내에서 일어나는 코로나19 관련 대국민 홍보는 지나칠 정도로 차고 넘치는 반면에 유독 백신에 관해서는 모두 입을 막고 있는 듯 보인다.

그것이 국제관계에 관한 것이어서 특히 그들의 국제협상이나 계약 등에 있어서 정보수집 능력이나 협상 능력이 취약해서 생긴 일은 아니라고 믿고 싶으나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다는 의미에서라도 그 과정의 대부분을 국민 앞에 진솔하게 설명하는 것이 민주국가에서 당연한 절차가 아닐지 묻고 싶다. 민주국가와 비민주국가와의 차이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정부가 국민과 얼마나 잘 소통하는 가에 달렸기 때문이다.  

조창현 장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펨부록)정치학 교수 · 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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