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의소리] 제스처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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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으로 높게 쌓았던 바벨탑은 무너지고 하나였던 언어는 혼돈되었다. 언어뿐만 아니라 그들이 쓰던 제스처 또한 변화하였을 것이다. 제스처는 수어와 다르며 제스처 자체가 수어로 굳어진 것도 있지만 비언어적 의사소통 중의 하나로, 손이나 얼굴, 몸을 이용해서 전달하는 의사소통이다. 이는 언어적 의사소통과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같은 제스처라도 국가, 혹은 지역마다 완전히 다른 뜻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말로 하기 곤란한 이야기나 친밀감을 가지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때 제스처를 적절히 사용하면 직접 음성언어로 이야기 하는 것보다 쉽게 거리감 없이 자신의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상황에 적절하기 않으면 오히려 예의 없는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기에 제스처를 사용할 때는 때와 장소 그리고 상대방이 누구인가 하는 것을 고려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상용되는 제스처는 상대방에게 빠르게 의사를 전달할 수도 있고 또 상대방이 대화를 할 때 이를 방해하지 않고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면 전화가 왔다는 제스처인 주먹쥔 손에서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고 입과 귀에 대는 제스처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통하는 제스처이고 또 수어에서도 이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 잘했다는 뜻으로 또는 좋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소위 엄치 척 제스처는 많은 나라에서 좋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것은 아이콘으로 만들어져 문자 전송시 같이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스처도 이탈리아 반도의 서쪽과 그리스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이곳을 여행하다가 무의식적으로 행한 제스처로 인하여 곤란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예를 들면 미국에서 흔히 사용되는 제츠처 중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고 손바닥을 상대방을 향해 보여주는 것은 ‘ok’, ‘good’, ‘완전하다’, ‘탁월하다’ 등의 좋은 의미로 사용되는데 반하여 한국과 일본에서는 돈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때 한국의 경우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고 손바닥이 하늘을 보게 하는 것이 더 돈을 뜻하는 것으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위의 동작도 돈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프랑스에서는 ‘제로’, 또는 ‘별 볼일 없음’을 의미하고 몰타 섬에서는 ‘남색’을 의미하므로 조심하여 사용하여야 할 제스처이다. ‘미쳤다’라는 제스처도 페루에서는 관자놀이에 검지를 톡톡대는 것으로 표현하지만 체코 및 동구권 국가에서는 검지를 들어 평 이마에 대고 송곳처럼 돌려 표현하고 있다. 제스처는 많은 부분이 종교적인 것으로부터 유래하여 의례적인 것으로 관습화 되어 현재의 형태로 통용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수어와 제스처는 다른 체계를 지니고 있으며 수어는 각 수어 나름대로 언어적 체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수어를 잘 모른다고 제스처를 무리하게 사용하다가는 문화적 차이에 의해 상당한 오해를 받을 소지도 있다. 또 일반적으로 손짓으로 하는 제스처는 장노년층에게 무례하게 비쳐질 수도 있다. 농인과 대화할 때는 수어를 제대로 배워 그들과 소통하면 외국어를 배워 그들의 언어로 대화하려는 노력을 보고 기뻐하는 외국인과 같이 농인들도 무척 반갑게 대화할 것이다. 서툰 수어로 장난을 하지 말고 농문화를 이해하며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안일남 장로
<영락농인교회· 사단법인 영롱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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