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세계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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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행복, 웰빙과 같은 단어들이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더 재산 축적이나 사회적 성공보다는 맛있는 음식, 여행, 건강과 같이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관련된 것들에 쏠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사회정의와 같은 거대담론보다는 개인적 취미나 일상사가 더 중요한 관심사가 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근대사회에서 포스트모던 사회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서구의 여러 나라에서도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예컨대 경제학은 전통적으로 국민소득과 경제성장을 연구하는 학문인데,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행복과 웰빙연구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고, 부자가 반드시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가 현대 경제학 연구의 흐름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심리학에서도 같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심리학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연구하고 치료방법을 찾아왔으나 1960년대부터는 행복과 자기완성, 그리고 인격의 도야에 관심을 가지고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찾는 연구가 크게 발전하였다. 이러한 연구분야를 기존의 심리학과 구별하여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이라 부르기도 한다.
행복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심리학자 다니엘 카네먼은 경제학 분야에서도 크게 기여해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카네먼은 사람들이 실제로 주식투자를 하거나 제품을 구매하는 것과 같은 경제적 의사결정을 내릴 때 합리적인 계산보다는 심리적인 편향을 갖고 행동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러한 연구를 발전시켜서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였다. 최근에는 행복에 관련해서 기억이 경험보다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서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지표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서 행복도를 조사하는 것이 보편화되었고, 유엔 산하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도 2012년부터 매년 세계행복지수를 발표해 오고 있다.
2020년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몇 가지 사실이 눈에 띄는데, 가장 먼저 예상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매우 낮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10점 만점에 5.9점으로 전체 153개국 중에 61위를 기록하였다. 일인당 국민소득, 평균수명과 같은 지표에서는 선진국과 비슷한 성과를 보였지만, 관용, 사회적 자유, 부패의 정도 등의 지표는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교육열, 성취 중심의 가치관, 경쟁사회의 압력, 그리고 심화되는 양극화와 불평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우리 사회의 행복감을 저하시키고 심지어는 헬조선이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으로 북유럽의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은 각각 1위, 2위, 5위, 7위로 모두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2020년 행복보고서는 그 비결로 사회적 관계망과 강한 유대감을 꼽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 속에서도 지역사회 공동체 안에서 서로 도우려는 구성원의 의지가 높은 것이 행복감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복지제도의 확립이 북유럽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원인라고 말하지만 그러한 복지제도의 배경에는 강한 사회적 신뢰감과 연대의식이 전통 가운데 깊이 자리하고 있다.
이웃과 더불어 행복을 추구하는 공동체의식이 먼저 우리 사회에 확산될 때 비로소 행복한 사회를 이룰수 있을 것이다.

김완진 장로
• 서울대 명예교수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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