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3·1운동과 제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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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과 제암교회 순교 역사는 세월이 흘러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 민족사에 언제나 새롭게 평가되고 계속해서 이어가야 할 것이다. 제암교회는 수원에서 서남쪽으로 22Km 떨어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제암리 조용한 농촌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1905년 8월 5일에 안종후 가정을 예배처소로 내어놓으면서 창립되었고, 올해 116세가 되었다.
제암교회 학살 사건은 1919년 4월 5일 발안주재소(지금의 파출소) 만세 시위가 있은 지 열흘 뒤인 4월 15일 화요일에 일어났다. 오후 2시에 일경(일본경찰)들과 헌병들이 제암리에 들어와 15세 이상 남자 신자들을 예배당에 모이라고 하며 4월 5일 매질한 것을 사과하러 왔다고 했다. 이미 죽음을 각오한 성도들이 예배당에 모이자 문마다 못질을 한 후에 초가의 예배당에 불을 질렀다. 예배당 안에서 남자 21명이 죽임을 당할 때 남편을 생각하며 예배당 뜰에서 울고 있던 강태성 부인(19세)을 칼로 목 베어 죽였고, 홍원식 부인을 총을 쏘아 죽였다. 33호(33가구) 제암리 마을까지 불태웠다.
1919년 4월 17일 캐나다 의료선교사 스코필드 박사가 불탄 유해를 여덟 가마니에 담아 도이리 공동묘지에서 장례를 치렀다. 그 후에 제암리에서는 “예수 믿다 망한 동네, 예수 믿다 망한 집”이란 가슴 아픈 소문이 퍼져 나갔다. 그해 7월 12일에 예배당을 재건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필자는 1980년 3월 25일 제암교회에 부임했는데 31대 목사였다. 23세에 남편을 교회에서 잃고 살아오신 전동례 할머니께서 다행히 순교자들의 매장지를 기억하고 계셨기 때문에 1982년 9월 21일부터 25일까지 발굴하여 9월 29일 제암교회 뒷동산에 순교자 23위 합동묘소를 마련할 수 있었다. 사건이 있은 지 63년 만에 선열들의 유해를 고향에 모시게 되었으니 참으로 다행스럽다. 전동례 할머니는 1992년 11월 8일 96세로 소천하셨다.
1983년 4월 15일 학살사건 현장 91평 대지에 기념탑을 세워 사적 299호로 지정하였으며, 2001년 3월 1일에 현재 예배당과 기념관을 건립하였다. 그 후에 넓은 공원과 주변을 정리하여 순교현장의 모습을 나타내 보이고 있다.

순교신앙을 이어가야 할 우리의 다짐은 어떠해야 하는가?
“옛날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 네 아버지에게 물으라 그가 네게 설명할 것이요 네 어른들에게 물으라 그들이 네게 말하리로다”(신 32:7)
독립선언문에 「불쌍한 아들딸에게 부끄러운 유산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이렇게 외친다」「마지막 한 사람에게 이르기까지 마지막 한 순간에 다다를 때까지 민족의 올바른 의사를 시원스럽게 발표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의 삶은 역사의 방관자가아니라 우리의 역사를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할 주인이 되어야 한다. 3.1운동 당시에 제암교회 강단에서 자주 선포된 말씀은 출애굽기 에스더였다. 모세와 아론이 바로왕 앞 “내 백성을 보내라”(출5:1), “죽으면 죽으리이다”(에 4:16) “내 민족 내게 주소서”(에 7:3) 아픔의 역사를 지닌 민족은 그 아픔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순교자의 삶은 십자가 신앙과 부활의 확신이 있었고, 애국 애족의 마음이 불 타 있었기에 한 알의 썩는 밀알이 되셨다. 내일을 향한 확고한 믿음이 있는 곳에 오늘을 변혁시키는 새 힘을 얻게 된다. 순교자들은 민족 구원이라는 강한 책임의식을 갖고 용감히 나섰다. 지난 날 아픔의 역사라 할지라도 바르게 보고 생각하며 점검하고 확인하면서 희망찬 미래를 열어 가는데 앞장서야 겠다.
의식주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 심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경(일본경찰)들의 총칼 앞에 비겁한 행동을 하지 않고 주먹으로 죽으면 죽으리라는 일사각오로 싸우시다가 광명한 날(해방)을 보지 못한 한 줌의 제가 되신 선열들의 고귀한 삶을 깊이 생각하고 우리도 하나님 앞과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각자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사명을 잘 감당함으로 다시는 억압 받고 고통당하는 종의 멍에를 메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선열들의 핏값으로 찾은 광복 해방의 기쁨을 계속 누리도록 최선을 다해야 겠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건하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 (갈 5:1)

강신범 원로목사
<제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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