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수상] 금수저가 된 흙수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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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 달 팀별 평가를 시작하겠습니다.”
매달 열리는 월례회의 때마다 진행되는 일이다. 앞서 밝혔듯이 우리 회사는 가능한 조직을 잘게 쪼개어 팀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평가 형식은 가장 간단하게 스스로 점수를 매길 수 있도록 하는데, 평가라고 해서 현장 분위기가 살벌하지는 않다.
우리나라는 점수에 너무 경직된 자세를 보인다. 꼭 성적을 매겨야 하는지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가 원하는 것은 스스로가 느끼는 상대적 점수이므로 숫자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평가회의에 대한 피드백에서 본인이 받는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평가가 시작되면 아무래도 나는 대표자의 입장에서 피드백을 주게 되는데, 이때 상과 벌 또는 당근과 채찍의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괜찮은 평가를 내린 팀들에게 긍정적 피드백만 보낸다.
상의 긍정적 효과는 역사 속 사건에서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던 때가 많다. 일례로 중국 위나라가 농민들을 위협하는 진나라를 공격하려고 할 때였다. 병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고민이었는데, 그때 태수로 있던 오기가 포고령을 내렸다. 북문 밖에 세워둔 수레 한 대를 옮기는 자에게 좋은 땅을 주겠다는 공문이었다. 어람 뒤 그것을 진짜 옮긴 자가 있었고 오기는 약속대로 상을 내렸다. 또 얼마 뒤 오기는 팥 한 자루를 옮기는 자에게 상을 내리겠다는 포고령을 내렸다. 이번엔 많은 자들이 나섰다. 그제야 오기는 이런 명령을 내렸다. ‘내일 진나라를 공격 할 것이다. 그곳을 먼저 점령하는 자에게는 좋은 땅을 주고 나라의 대부로 임명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명령에 따랐고 위나라는 진나라를 공격한 지 한나절 만에 성을 함락시켜다.

상이 주는 효과가 이토록 크기 때문에 우리는 평가제를 통해 상의 긍정적 효과만 활용한다. 저조한 실적을 냈다고 풀이 죽어 있는 이들에겐 그 시간 자체가 벌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어깨만 두드려 준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특별한 보상이 있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 만족하는 것, 스스로 개선책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것, 그러한 자극을 통해 함께 성장하자는 취지에 다들 공감하는 편이다.

비교적 상의 순기능을 활용한 덕분인지 35년째 기업을 이어오면서 내게 주어진 상복도 꽤 있었던 것 같다. 태백에서 코끝에 시커멓게 재를 묻히고 다니던 학창 시절에도 상은 꽤 받았지만 학교에서 받았던 상과 사회에서 받는 상은 분명 차이가 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상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국산 부품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공장을 시작했을 때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갔었다. 나는 무보수로 일한다 해도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월급은 챙겨야 했으므로 한 달 한 달 급여일이 돌아오는게 그토록 괴로웠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자금줄이 말라 힘들면서도 회사의 오너로서 수고한 사람들에게 월급을 주는 입장이란 사실이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는 것이다.

강국창 장로
• 동국성신(주) 대표이사
• 가나안전자정밀(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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