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포럼] 이순신 장군과 노량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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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년 전에 벌어진 임진왜란은 7년 전쟁(1592-1598)이다. 그 끝 무렵인 선조31년(1598년) 8월, 충무공의 최후 격전인 노량해전(露粱海戰)이 벌어졌다. 원균의 모함으로 3도수군통제사에서 쫓겨나 백의종군까지 했고, 누명이 벗겨져 통제사에 재임명됐으나 수군의 진영은 엉망이었다. 병사들도 많이 사라지고 배는 12척밖에 남지 않았다. 이순신 장군은 진영을 먼저 정비하고 남아 있는 배 12척으로 왜군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왜장 구루시마(來島通總)와 도오도오(藤黨高虎) 등이 배 130여척을 몰고 쳐들어왔다. 이것이 정유재란(丁酉再亂)이다. 이순신 장군은 왜군을 목포 앞바다 해남과 진도 사이의 울돌목으로 유인했다. 울돌목은 해협이 좁고 물살이 빨라 한번 들어오면 빠져나가기 힘든 곳이다. 이 해협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은 여기서 왜선을 격파하고 대승을 거두었다. 이것이 1597년 9월 명량대첩(明梁大捷)이다. 즉 이순신 장군은 배12척으로 왜선 130여 척을 물리치고 승리한 것이다.
10개월 후, 일본의 최고 권력자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병으로 죽자 조선 침략에 와 있던 왜군에게 총 퇴각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바다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던 이순신 장군 때문에 퇴각조차 할 수 없었다. 왜장 고니시(小西)는 명나라 진린(陳璘) 제독에게 뇌물을 주고 이순신을 설득하여 퇴로를 열어 달라고 했으나 이순신 장군은 거부했다. 그리고 왜군이 철군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왜군은 노량앞바다에서 떼죽음을 당했다. 왜선 300여척 중 살아서 돌아간 배는 100여 척에 불과했다. 전쟁이 거의 끝나갈 무렵, 명나라 지원군 등자룡(鄧子龍)의 배에서 불이 났다. 우군들이 불길을 피해 우왕좌왕 흐트러질 때 그 틈을 이용해 왜군이 달려들었다. 이때 충무공이 함상에서 고함을 치며 돌진하라고 독려하는 순간 왜적이 쏜 유탄에 가슴을 맞고 쓰러졌다. 장군은 「지금은 싸움이 한창이니 내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한마디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한 시대의 영웅이요 한민족의 성웅(聖雄)으로 추앙받던 이순신의 최후가 한 편의 드라마로 끝났다.

죽음 앞에 선 장수들의 최후는 한결 같이 결연해 보였다. 낙동강 최후방어선인 다부동 전투에서 백선엽 장군이 병사들 앞에 나가 ‘조국의 운명’을 감지한 듯 ‘여기서 밀리면 우리는 다 죽는다’는 말로 훈시를 하며 결연한 의지로 조국을 사수하자고 외쳤다. 「내가 앞에 설 테니 내가 뒤로 물러나면 나를 쏴라」고 호소하면서 부하들의 전의(戰意)를 독려했던 모습은 시공(時空)을 초월한 애국심에 불타는 사생관(死生觀) 때문이었을 것이다. 백선엽 장군이 그런 기백을 갖고 죽음 앞에서 당당했던 모습은 아마도 이순신 장군과 같은 훌륭한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혼(魂)과 맥(脈)의 DNA가 이어져온 것이라고 보여 진다.
이순신은 부동의 몸이 되었지만 그의 조카 이완(李莞)이 군사를 지휘해서 돌진했고 왜장 고니시는 배를 버리고 섬으로 도망하여 숨어 있다가 밤에 100여 척의 남은 배를 몰고 가덕도를 통해 일본으로 철수하고 말았다.

충무공의 최후 전선인 노량해전(露粱海戰)은 반대파의 모함으로 백의종군(白衣從軍) 이후에 이루어졌고, 아군의 배가 다 파괴된 상태에서 승리했다는 점, 왜장 고니시(小西)가 이끄는 300여 척의 적선을 대파시키고 끝내 함상에서 장렬하게 산화했다는 점 등에서 공(公)이야 말로 장수 중의 장수요 ‘절세의 영웅’이 아닐 수 없다.
세계사에서는 충무공을 영국의 넬슨제독과 비교한다. 넬슨은 1805년 10월 21일 마지막 전투인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스페인 연합함대를 격파하고 갑판 위에서 적탄에 스러진 제독이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볼 때 열악한 환경에서 싸워 이긴 이순신 장군의 최후와는 비교가 되지 못한다.
또한 일본의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卽) 제독은 러일전쟁 때 러시아 연합함대를 격파하고 개선해서 국민들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고 동양의 넬슨이라고 격찬을 받았다. 그러나 도고는 자신을 가리켜 「충무공에 비하면 일개 하사관에 불과하다고 술회하였다.」 충무공이 마지막 노량해전에서 대승함으로써 왜놈들은 300년 동안 우리나라를 넘보지 못했다.

배영복 장로<연동교회>
• 한국예비역기독군인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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